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언덕배기 2024.5.5.해.



걸어가는 사람한테는 언덕이나 재나 고개가 없어. 모두 ‘길’이란다. 걸어가지 않는 몸과 마음이라서 “힘들어!”나 “멀어!” 같은 소리가 터져나오면서 언덕이나 재나 고개를 꺼리거나 싫어하는구나. 걸어가는 사람한테는 언덕길이 신나는 노랫길이야. 걸어가는 사람으로서는 고갯길이 춤길이야. 걸어가는 사람이라면 잿길은 놀잇길이지. 네가 노래가 없이 간다면 “안 걷는다”는 뜻이야. 네가 춤을 안 춘다면 “걷는 시늉”이라는 뜻이네. 네가 놀이하는 마음을 잊었다면 “걷는 길을 잃었다”는 뜻이지. 다들 걷기에 땅을 읽고 하늘을 느껴. 개도 여우도 고슴도치도 개미도 걸어다니면서 땅과 하늘을 헤아려서 알아. 오늘날 사람누리를 보면, 다들 참 안 걷더라. 기름을 활활 태우면서 시끄럽고 사납게 굴러가는 쇳덩이에 몸을 실으니, 스스로 땅과 하늘을 잊어. 스스로 읽지 않으니 스스로 바보가 돼. 쇳덩이(교통수단)는 “빠른 척하지만, 하나도 안 빠를 뿐 아니라, 사람이 스스로 눈을 잃는 굴레(감옥)”란다. 빨리 가고 싶다면 ‘바로가기(순간이동)’를 할 노릇이야. 왜 다리를 한 발짝씩 움직이면서 걷는지 생각하렴. 발로는 발바닥을 거쳐서 땅바닥으로 올라오는 땅빛(땅기운)을 받는단다. 살갗으로는 풀빛(풀기운)과 나무빛(나무기운)을 받아. 손으로는 손바닥을 거쳐서 하늘자락에서 퍼지는 바람빛(바람기운)을 받아. 몸으로 이루고 잇는 길을 새삼스레 받아들이는 길목인 손과 발과 살갗이란다. 차분히 걸어가렴. 사뿐히 내디디렴. 가볍게 나아가면서, 땅하고 속삭이고 하늘하고 노래하기에, 사람으로 선다고 할 만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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