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5.1.
오늘말. 고약하다
겨울이면 눈송이가 춤짓으로 일렁이면서 내려앉습니다. 봄이면 꽃송이가 물결치면서 향긋합니다. 여름이면 잎빛이 너울너울 그윽합니다. 가을이면 온들이 노랗게 너울바람입니다. 철마다 논둑길을 걸으면서 다 다른 너울판을 마주합니다. 걷다가 하늘을 올려다보면 구름밭이 대단한 날이 있고, 그저 새파랗게 물든 날이 있습니다. 들과 숲은 들빛과 숲바람으로 상큼하지만, 이곳에 풀죽임물을 뿌리면 고약하지요. 살림물인 빗물이 아니라면, 살림길인 해바람이 아니기에, 온통 구린내가 코를 찔러요. 왜 죽임물을 만들어서 뿌릴까요? 왜 살림빛하고 등질까요? 까맣게 타버린 들풀을 보노라면 그만 후덜덜합니다. 풀죽임물은 풀만 죽이지 않아요. 풀벌레도 새도 나비도 죽이고, 물도 죽일 뿐 아니라, 마침내 사람까지 죽입니다. 흔들흔들 팔랑거리는 풀잎을 쓰다듬으면서 놀이집을 떠올립니다. 따로 마련해야 어린이집일 수 없습니다. 온누리 어디나 돌봄집일 노릇입니다. 우리 보금자리도, 골목과 마을도, 바다와 멧자락도, 온통 어린집이나 일터이나 한마당일 적에 이 나라가 아름다워요. 휘청거리는 굴레를 내려놓기를 바라요. 그만 기우뚱하고, 이제 풀빛으로 나부껴요.
ㅅㄴㄹ
놀이집·놀집·돌봄집·보살핌집·어린이집·어린집 ← 유치원
고리다·고린내·고린짓·고리타분하다·구리다·구린내·구린짓·구리터분하다·고약하다·찌르다·코를 찌르다·풍기다·울리다·움직이다·흔들다·휘감다·휘날리다·휘청·휩싸다·구름·구름떼·구름밭·구름물결·구름바다·기울다·기우뚱·기우듬·뒤뚱·뒤뚝·나다·나부끼다·나풀거리다·너울거리다·너울길·너울판·너울바람·너울결·추다·춤·물결치다·일렁이다·팔랑거리다·넘치다·대단하다·뜨고 지다·지고 뜨다·덜덜·후덜덜·떨다 ← 진동(振動)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