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제비집 2024.4.9.불.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를 놓는 집이야. 혼자 살거나 여럿이 살거나, 살림살이를 놓고, 태어나서 자라는 아기와 지내고, 이어가려는 꿈을 담고, 일구고 가꾸는 모든 일감을 두는 집이야. 하늘을 훨훨 날며 바람을 마시는 새는, 새끼(아기)를 낳아 돌보려고 집을 지어. 혼자 지낼 적에는 굳이 집(둥지)을 틀지 않고서, 나뭇가지에 앉거나 풀숲에 깃들거나, 굴이나 구멍에 들어가서 조용히 단잠을 누려. 새가 집을 짓는다면, 이제 새롭게 삶을 이어서 푸르게 펼 길을 바라본다는 뜻이야. 곁에 새집이 있으면, “아기를 낳아 돌보는 사랑”을 배울 수 있고, 새벽을 열고서 밤에 이르기까지 스스로 펴는 노래를 배울 수 있어. “살림을 노래하며 짓는 하루”를 온몸으로 선보이는 새이거든. 그런데 적잖은 사람들은 자꾸 새집을 허무는구나. 아예 새가 못 깃들 만큼 찻길·아파트를 늘리고, 군대와 전쟁무기를 늘리네. 하늘을 누비는 새가 다니는 길을 쇳덩이로 가르면서 가로막기도 하고. 땅에서도 숲짐승이 깃들거나 다닐 곳을 온통 사람들이 차지하고. 아무래도 “새가 사라진 별”이 어떻게 뒹구는가를 모르는 탓이겠지. 벌이 사라져도 사람나라는 무너지고, 나비가 사라져도 사람나라는 무너져. 새나 개미나 파리가 사라져도 사람나라는 그저 무너지지. 그래서 숱한 벌레와 새와 짐승과 헤엄이는 더 애써서 살아가려고 한단다. 제비집은 사람으로서는 고작 주먹 크기이거나 이보다 조금 커. 제비집이 있는 마을과, 제비집이 몽땅 사라진 마을을 견주어 보렴. 제비가 찾아올 수 있는 곳이기에 사람은 아기를 낳고서 삶을 이을 만하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