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 내가 안 쓰는 말 . 시험 2023.7.25.



알고 싶다면

알아보려 한다면

아직 알지 않는 길을

알아낼 때까지 스스로


살피고 싶다면

살펴보려 한다면

앞으로 살리며 살아갈

사람이라는 하루를 새로


따진다고 알지 않아

가린다고 못 보지 않아

속으로 품기에 알아내고

포근히 풀기에 살려낸다


줄세우기가 아닌

물줄기처럼 이어

높고낮은 자리 아닌

물결치는 바다 본다


ㅅㄴㄹ


어느 만큼 할 줄 알거나 다루는지 알아본다고 할 적에 한자말로 ‘시험(試驗)’을 본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알아보다’요, ‘따지다’이며, ‘살피다’나 ‘재다’라고 할 만합니다. 제대로 하는지, 또는 엉뚱하게 하는지 알아보지 않는다면, 엉성하게 하거나 틀리게 하는 줄 미처 모를 수 있어요. 하나도 모르거나 어렴풋한데, 얼마나 어떻게 모르는지 차근차근 짚지 않으면, 그만 모르는 채 지나갑니다. 더 빨리 해내거나 더 많이 익혀야 하지 않아요. 하나를 보고 배울 적에도 차분히 받아들여서 고르게 품고서 다룰 줄 알면 되어요. 씨앗은 빨리 싹트려 하지 않아요. 잎은 빨리 돋으려 하지 않아요. 나무도 빨리 자라려 하지 않습니다. 비도 빨리 내리려 하지 않고, 해도 빨리 뻗으려 하지 않아요. 느긋하게 살펴봐요. 살며시 돌아봐요. 가볍게 헤아리고, 부드럽게 맛보면서, 이제부터 알아가기로 합니다. 모르니까 익히고, 어설프니까 다스립니다. 여태 알아낸 대목이 있다면 한결 단단히 추스르면서 새롭게 북돋울 길을 생각합니다. 속으로 품고 포근히 풀어가는 길에 서면서 온하루가 즐거울 수 있어요.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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