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 다듬기
이상교 지음, 밤코 그림 / 문학동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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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4.4.18.

그림책시렁 1390


《멸치 다듬기》

 이상교 글

 밤코 그림

 문학동네

 2024.2.28.



  어릴 적에 어머니 곁에서 멸치를 다듬는 일은 안 싫었습니다. 비록 ‘국물멸치’는 못 먹을 뿐 아니라, 멸치로 우린 국물은 몸에 안 받기도 했지만, 하루 내내 숱한 집안일로 바쁘면서 고단한 어머니 손을 거들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어릴 적이나 나이가 들어서나, 우리 아버지는 집안일을 하나도 안 합니다. 한밤에 집에 술손님을 데려오면, 자다가 벌떡 일어나서는, 어머니하고 둘이서 곁밥으로 땅콩하고 멸치를 손질해서 올려야 했고, 내내 술심부름을 했습니다. 이제 잔멸치는 살짝 먹기는 하지만 그리 쳐다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멸치 다듬기》는 아이랑 아버지가 집일을 조금 거드는 듯한 줄거리를 들려주는 듯싶습니다. 이런 얼거리는 안 나쁩니다. 그러나 조금이나마 살림길을 헤아려 본다면, ‘멸치 다듬기’는 ‘딸과 어머니’가 하고, ‘밥짓기·빨래하기·쓸고닦기’는 ‘아들과 아버지’가 하는 얼거리로 글그림을 여미면 훨씬 즐겁고 아름다우리라 봅니다. 예전에는 어머니 혼자 ‘멸치 다듬기’에 집일을 도맡아야 했다면, 요새는 집일을 안 하는 이가 그나마 멸치라도 다듬거든요. 시늉이 아닌 온몸으로 바꾸는 길을 보여주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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