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할미새 2024.3.2.흙.



너희는 ‘할미꽃’과 ‘할미새’처럼, 꽃과 새한테 ‘할머니(할미)’라는 이름을 붙이는구나. 할머니라는 자리와 숨결과 살림이 얼마나 깊고 고우면, 이렇게 이름을 붙일까 생각해 보렴. 아스라이 먼 옛날 옛적 사람들이 ‘말’ 한 마디를 ‘이르’는 길은 넓고 깊게 헤아린 열매야. 소리를 내어 마음을 드러내는 말 한 마디에, 짧고 굵게 사랑씨앗을 담지. ‘가시내’로 태어나 어른으로 자라서 사랑을 펴면 ‘어머니’라는 이름을 새로 받아서 아이한테 살림을 물려주는데, 사랑받아 자란 아이가 어른이 되어 새롭게 사랑을 지어 아이를 낳아, 그러니까 “아이가 어버이로 거듭날” 적에, ‘할머니’라는 이름을 새삼스레 받는단다. 모든 겨레는 ‘아이·어른’과 ‘아이·어버이’로 이름을 나누고, ‘어머니·아버지’에 ‘할머니·할아버지’로 또 이름을 가르지. 이 뜻을 읽어 보렴. 사람은 그저 나이만 먹지 않는다는 뜻이야. 사람은 철들어 가면서 살림빛을 밝히는 사랑을 깨달아 생각씨앗을 심는 사이에 ‘이름’을 하나둘 얻으면서 빛난다는 뜻이야. 그나저나 ‘할미꽃·할미새’야. ‘할비꽃·할비새’가 아니란다. ‘사내’도 철들어 ‘아버지·할아버지’로 자랄 텐데, ‘할비’를 기리는 이름은 찾아보기 어렵구나. 이 대목을 곰곰이 짚으렴. 엇나가거나 어설피 허울을 내세우거나 힘을 부리지 않아야겠지. 늘 ‘삶·살림·사랑’을 하나로 여미는 사이를 돌아보면서 스스로 빛날 노릇이야. 물가를 반기고, 숲에 깃들다가, 마을 한켠 나무에 앉아 노래하는 할미새를 눈여겨보렴. 할미새가 둥지를 트는 언저리는 사람도 살아갈 만한 터전이니.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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