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4.5.

오늘말. 국물


먼저 피는 꽃이 있더라도 덩달아 피는 꽃은 아닙니다. 모든 꽃은 때를 기다리면서 스스로 바람을 타고서 눈을 뜹니다. 차곡차곡 이루든 차근차근 일어나는 들꽃입니다. 어느새 토끼풀밭이나 괭이밥밭을 드리우는 듯해도, 천천히 오르는 풀싹이 햇볕을 나누어 받으면서 땅바닥을 부드러이 덮어요. 세잎토끼풀이 겹겹이 있는데, 틀림없이 네잎토끼풀이 있으리라 여겨 살짝살짝 뒤적입니다. 댓바람에 찾아내려고 하면 헛물이기 일쑤입니다. 냉큼 뽑아 본들 잘못 집어요. 한달음에 찾으려 하지 말고, 풀내음에 봄내음을 느긋이 맡으면서 슬쩍슬쩍 돌아볼 적에 머잖아 눈앞에서 네잎을 만나게 마련입니다. 실컷 풀꽃놀이를 하고서 밥을 차립니다. 솥에 쌀을 올립니다. 국도 합니다. 국물이 부글부글 끓으면 간을 맞춥니다. 풀밭에서 놀다가 훑은 쑥을 슥 넣습니다. 새봄에만 누리는 봄내음이 국에 고루 번집니다. 집에서는 살림살이요, 밖에서는 소꿉놀이입니다. 두 가지로 누리는 하루입니다. 나란하면서 두모습으로 하루를 맞이합니다. 자, 밥도 국도 다 했으면, 이제는 함께 즐겨요. 밥 한 술을 가볍게 뜹니다. 국 한 그릇을 같이 받습니다. 이내 구수히 입맛을 돋웁니다.


ㅅㄴㄹ


겹·겹겹·겹치다·겹길·덮다·뒤덮다·드리우다·두겹·두칸·두켜·두모습·두얼굴·두이름·두 가지·켜·켜켜이·포개다·차곡차곡 ← 복층, 복층적


짧다·반짝·갑자기·한때·한동안·문득·불쑥·살짝·슬쩍·슥·쓱·가볍다·넌지시·곧·곧장·곧바로·바로·오래지 않아·머잖아·대뜸·댓바람·이내·같이·나란히·더불어·거품·물거품·부질없다·덧없다·덩달아·냉큼·-면서·-이자·-자마자·얼마 못 가다·오래 못 가다·하루·한꺼번에·한몫에·한숨에·한눈·한달음·한두·함께 ← 일시(一時), 일시적(一時的)


고깃물·국물 ← 육수(肉水), 부용(bouillon)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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