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나카나 2
니시모리 히로유키 지음, 장지연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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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3.29.

마음을 읽는 눈이라면


《카나카나 2》

 니시모리 히로유키

 장지연 옮김

 학산문화사

 2022.4.25.



  《카나카나 2》(니시모리 히로유키/장지연 옮김, 학산문화사, 2022)을 읽은 지 엊그제 같은데, 차곡차곡 한글판으로 이어서 나오더니, 2023년 12월에 다섯걸음이 나왔고, 곧 여섯걸음이 나옵니다. 몇 걸음까지 그릴는지 설레면서 기다립니다. 이 그림꽃은 “마음을 읽는 아이”하고 “마음을 못 읽는 어른”이 얽히는 실타래를 한 가닥씩 풀면서, 아이는 아이답게 자라고 어른은 어른답게 크는 줄거리를 들려줍니다.


  아이는 몸과 마음이 나란히 자랍니다. 어른도 몸과 마음이 함께 커요. 다만, 아이는 눈에 뜨이도록 몸이 자란다면, 어른은 예전하고 다른 몸으로 큽니다. 덩치나 몸피를 늘릴 적에만 자라거나 크지 않아요. 살림을 여미는 매무새를 다스리기에 ‘자라다·크다’라는 낱말을 씁니다.


  우리말 ‘자’는 여러 갈래로 뻗는데, ‘잣나무’로도 닿아요. ‘잣 = 잣다 = 자아올리다’를 거치고 돌아서 ‘젖’에 닿습니다. 숲살림에서 대수로운 열매를 낳는 나무가 잣나무이거든요. ‘자라다’라 할 적에는 스스로 잣고 지으면서 숨결을 살리는 길을 익힌다는 뜻에, ‘라’라는 사잇소리는 ‘즐거움(랍다·라온)’을 나타냅니다. ‘크다 = 키우다’요, ‘키 + 우’라는 얼거리예요. 키가 움직이는, 키가 움트는 결로 나아간다는 ‘크다·키우다’입니다. 어른은 아이보다 몸이나 키가 크게 마련인데, 이 큰 몸으로 한결 알뜰하고 살뜰하게 삶과 살림을 여미어 사랑을 빛낸다는 뜻입니다.


  배움터를 오래 다녔기에 똑똑하지 않습니다. 돈을 많이 벌었기에 너그럽지 않습니다. 이름을 드날리기에 홀가분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배우는 하루를 새롭게 익히려고 가다듬고 품기에 똑똑하며, 어느새 어질고 슬기로우며 참한 길로 접어들어요. 주머니에 돈이 얼마가 있든 스스로 즐거이 쓰고 기꺼이 베풀 줄 알기에 넉넉하고 너르며 느긋한 마음이 빛납니다. 이름값이 높으면 으레 콧대가 높고 말아, 사람다움하고 멀더군요. 이름이란 ‘이르다 + ㅁ’입니다. 말로 이르고, 어느 곳에 이르고, 어느 때에 이르되, 아직 안 닿아서 이르기도 합니다. 이 네 갈래 ‘이르다’를 하나로 품어서 날개돋이를 하듯 거듭나려고 하는 꿈을 키울 줄 알아야 비로소 ‘이름’이에요.


  《카나카나》는 책이름처럼 ‘카나’가 한복판을 이룹니다. 아이는 그저 “사람 마음을 읽을 줄 아는 눈을 고스란히 품은 채 태어났을 뿐”인데, 처음 카나를 맡은 둘레 어른은 이 아이를 부려서 돈과 힘과 이름을 거머쥐거나 가로채는 데에 마음을 빼앗겼다고 합니다. 아이는 굴레살이에서 달아나려고 용을 쓰고 꿈을 빌었어요. 이러던 어느 날 ‘마사’라는 살짝 철이 없지만 어느 모로는 철이 든 ‘젊은 아저씨’를 만나요. 비록 마음읽기는 못 할 뿐 아니라 매우 곧이곧대로 달려드는 매무새이지만, 카나는 마사하고 만난 뒤로 “내가 다른 사람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눈은 나쁘지도 좋지도 않은, 그저 내 삶일 뿐”인 줄 조금씩 느끼고 알아갑니다.


  아기를 낳거나 돌보는 어른이라면, 아기하고는 오직 마음으로만 이야기를 해야 하는 줄 압니다. 아기는 말이 아닌 마음을 바라요. 아기는 마음에 사랑을 실은 노랫소리를 바랍니다. 아기는 돈이나 힘이나 이름을 안 바랍니다. 아기는 언제나 즐겁게 노래하고 웃고 춤추면서 하루를 사랑으로 살림하는 동무를 바라요. 아기한테 동무인 사람은 바로 어버이예요. 낳은 어버이가 있고, 돌본 어버이가 있어요.


  낳거나 돌보며 어버이 노릇을 새삼스레 맞아들여서 배운 사람이라면, ‘말’에 어떤 마음을 담을 적에 스스로 빛나는지 깨닫습니다. 아무 말이나 한다면 아무개요 ‘아무렇게나’입니다. 생각하면서 말을 가리고 고른다면 ‘새’요, ‘사이(새)’라는 숨빛을 품은 ‘사람’입니다. 생각할 때라야 사람입니다. 생각하지 않으면 ‘사람척·사람시늉·사람탈’입니다.


  마음을 읽는 눈이라면, 우리 눈망울에 사랑이라는 꿈을 나란히 얹어 봐요. 마음을 못 읽는 눈이라면, 우리 눈빛에 사랑이라는 이야기를 가벼이 놓아 봐요. 마음을 읽든 못 읽든 다 아름답게 사람으로서 사랑할 수 있습니다. 생각씨앗을 심는 동안, 우리 마음은 ‘마음씨’로 거듭나고, 우리가 쓰는 말은 ‘말씨’로, 우리가 쓰는 글은 ‘글씨’로 피어납니다.


ㅅㄴㄹ


“이 세상은 그림이 다야! 예쁜 그림을 목표로 삼지 않으면 안 돼! 그림이 별로인 인생 따윈 아무 가치도 없어! 그걸 보며 방긋 웃는 건 네 신부여야 된다고!” (9쪽)


“난 아무래도 사회의 쓰레기 같은 놈인가 봐. 다들 열심히 글자도 읽고, 모래사장도 청소하고 있는데, 난 아무 도움도 안 되잖아. 이게 그런 거지, 사회의 기생충이라는 것.” “그, 그렇지 않아. 마사네 가게는 지산지소(地産地消)니까. 사회에 도움이 되고 있어.” (46쪽)


“괜찮아, 마사. 그냥 다들 자신이 할 수 있는 걸 하면 돼. 마사는 마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되고. 마사는 할 수 있어.” (50쪽)


‘왠지 착한 아이처럼 여겨질 때마다 슬퍼진다. 그게 아니야. 나한테는 다 들리기 때문이야. 반칙이지. 절대 착한 아이가 아니야.’ (99쪽)


‘자식이 난생처름 장을 봐왔다. 응! 장하다고 칭찬해 줄 대목이지. 그런 대목이지만, 그래, 과연 울까? 자기 자식을 너무 낮게 평가하는 것 아냐? 보통은 다 할 수 있잖아? 뭐지? 아닌가? 다른 대목인가? 힘내라, 파더!’ (111쪽)


‘내가 스스로 싸워야 해. 마사한테 기대지 말고 내가 어떻게든 해결해야 해.’ (186쪽)


#カナカナ #西森博之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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