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3.21.

오늘말. 오솔바다

길손채에 깃들 적에는 글을 쓸 자리부터 챙깁니다. 너른자리에 쪽자리가 있으면 느긋합니다. 쪽칸이 없이 마루만 넓으면 오히려 안 반가워요. 두 다리로 걷는 사람은 들길을 디뎌요. 부릉부릉 매캐하지 않은 조그마한 두 바퀴로 달릴 적에는 뭍길 어디나 느긋이 누빕니다. 가을에 너른바다를 가로지르면서 떠난 제비는 새봄에 다시 허허바다를 가르면서 찾아올 테지요. 아이하고 오솔길을 걷다가 생각합니다. 들숲에는 오솔길이니, 바다라면 오솔바다일 테고, 작고 나즈막하게 퍼지는 글이라면 오솔글일 테지요. 우리 둘레에는 아직 담벼락이 높아요. 뭇사람 뭇얘기가 좀처럼 못 퍼지는 듯싶습니다. 탱자탱자하는 먹물이 뜻밖에 많고, 적잖은 나라일꾼은 허수아비 같아요. 그렇지만 우두머리 둘레에서 구르던 지스러기를 차근차근 털어내 온 나날이라고 봅니다. 아직 찌꺼기도 검불도 많다지만, 살림밥을 나누는 두레마당으로 천천히 거듭나리라 생각해요. 여럿이 나누면 살찌우는 보살핌밥이지만, 혼자 게걸스러우면 그만 뚱뚱하지요. 피둥피둥 살이 쪄요. 남아서 길미이지 않아요. 깃털처럼 가볍게 하늘을 날도록 나눌 줄 아는 몫이라 깃입니다. 곧 앵두꽃이 핍니다.


ㅅㄴㄹ


쪽칸·쪽받이·쪽자리 ← 협탁(狹卓)


들길·뭍길·거님길·걷는길 ← 육로


쪽바다·오솔바다·쪽길·길목·목 ← 해협


담·담벼락 ← 담장(-牆)


나머지·남다·길미·깃·보풀·부스러기·검불·찌꺼기·버림치·마병·노닥거리다·놀고먹다·탱자탱자·지저깨비·지스러기·밥벌레·허수아비·쓸데없다·덧없다·부질없다 ← 잉여, 잉여인간


꽃밥·살림밥·이바지밥·대단밥·엄청밥·돌봄밥·보듬밥·보살핌밥·기르다·키우다·살찌우다 ← 약선(藥膳)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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