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3.21.
오늘말. 웃음꽃
아주 어릴 적을 돌아봅니다. 예전에는 깔깔깔 웃는 아이한테 꿀밤을 먹이는 언니나 어른이 수두룩했습니다. 까르르 웃는 아이를 괴롭히는 또래도 흔했습니다. 그저 웃음보따리를 터뜨릴 뿐인데, 두손들며 으르렁거리는 무리가 있더군요. 서슬퍼런 칼날처럼 무시무시한 굴레에 허덕이던 나라였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높다란 임금님이 사람들을 내려다보던 즈음에도 임금님이나 벼슬아치 목소리에 수수한 사람들 목아지가 날아가곤 했으니, 지난날에도 꽃비 같은 함박웃음을 섣불리 누리기 어려웠을 만합니다. 언제 웃음바다일 만큼 기쁜가 하고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돈을 벌거나 이름을 날리거나 힘을 뽐낼 적에 자지러지게 즐거운가요? 어느 분은 이렇겠지요. 일이 술술 풀려서 기뻐날뛸 수 있고, 거침없이 뜻을 이루기에 어깻바람이기도 합니다. 제가 살아온 날을 더듬자면, 곁님을 만나서 아이를 낳아 돌보는 길에 접어들 적에 봄꽃비처럼 큰웃음이었다고 느껴요. 신바람을 내며 아기 기저귀를 빨래했습니다. 자장노래를 기쁜낯으로 불렀어요. 안고 업으며 마실할 적에도 야호 소리를 내뱉으면서 어화둥둥이었어요. 아기는 겨울단비 같은 웃음꽃입니다.
ㅅㄴㄹ
기쁘다·기뻐하다·기뻐날뛰다·자지러지다·즐겁다·기쁜낯·기쁜빛·기쁜얼굴·기쁨낯·흐뭇하다·까르르·깔깔깔·하하·하하호호·함박웃음·웃고 자빠지다·웃다·웃음꽃·웃음판·큰웃음·웃음물결·웃음바다·웃음보·웃음집·웃음보따리·웃음주머니·꽃보라·꽃비·단비·봄꽃비·여름꽃비·가을꽃비·겨울꽃비·봄단비·여름단비·가을단비·겨울단비·두손들다·손들다·손뼉웃음·활짝·내뱉다·뱉다·부르짖다·야호·입을 벌리다·목소리·목청·소리·소리치다·외치다·큰소리·무척 웃다·매우 웃다·몹시 웃다·반갑다·반기다·뿌듯하다·좋아하다·신나다·신바람·어깻바람·어화둥둥 ← 환호, 환호성, 환호작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