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전초전 2024.1.21.해.



한바탕 달려들면서 먼저 쥐려고들 하더라. 자리를 차지하려고 눈에 불을 켜는데, 먼저 차지하면 무엇이 즐거울는지 생각해 보렴. 느긋이 가면 자리가 없을 수 있어. 남보다 먼저 달려들지 않아서 놓친다고 여기기도 하지. 그래서 처음 마주할 적에 기운을 꺾겠다며 으름장을 놓거나 불꽃튀는 눈초리이기도 하네. ‘마주붙기’는 몸뿐 아니라 마음으로 “하나인 너른 곳”에 있으면서 어울리는 길이란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꾸 ‘붙다 = 싸우다’ 쪽으로 여기려고 하네. 마음을 붙여서 함께 땀흘리기에 활짝 웃을 텐데. 두 손바닥이 마주붙어야 짝짝 소리가 우렁차고 시원할 텐데. 사람들은 “다른 두 나무”를 붙여서 “하나로 자라는 나무”로 키우지. 왜 이렇게 하는지도 생각하렴. 열매를 맺거나 씨앗이 굵으려면, 암꽃하고 수꽃이 만나서 새빛을 이룰 노릇이란다. 아주 다른 두 넋이 하나로 맞붙기에, “혼자서는 마냥 꿈이던 빛”이나 “혼자서는 꿈조차 못 꾸던 빛”을 이룰 수 있어. ‘붙임·붙음’이란, 서로 이제까지 못 보던 곳을 깨워서 보이는 길이란다. 아주 다르기에 ‘맞붙음 = 싸움’을 벌여야겠니? 싸우면 스스로 다치고 서로 죽여. 어우러지면 스스로 깨어나고 서로 살려. ‘미리붙기(전초전)’로 으르렁거리려 하면, 눈이나 마음 모두 시들하고 바랜단다. 가만히 힘을 풀고서 느긋이 바라보는 눈길을 뜨기에 꿈에 부푸는 별이 떠올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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