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3.9.

오늘말. 허섭쓰레기


마음이 떠나면 내버립니다. 마음이 깃들면 버리지 않습니다. 마음이 사라지니 치워요. 마음이 있으니 마병이란 없습니다. 마음에 놓지 않으니 버림치로 구릅니다. 마음을 밝히는데 구닥다리일 수 없습니다. 모든 지는꽃은 열매로 나아갑니다. 조그마한 씨앗 한 톨이 그대로 열매일 때가 있습니다. 얼핏 죽어가는 듯 보이지만, 하나도 늙지 않아요. 시드는 잎은 너덜너덜해 보일는지 몰라요. 그렇지만 모든 풀잎과 나뭇잎은 쓰레기가 아닌 거름으로 돌아갑니다. 허섭쓰레기가 아닌 살림조각으로 바스라져요. 숱한 사람 손길을 닿으니 헌것이요 헌살림이되, 찬찬히 되살려 여러그루로 곁에 놓을 만합니다. 저고리도 바지도 나달나달한 곳은 기우면 됩니다. 신나게 일손을 건사하고서 밥집에 마실을 갈 수 있고, 굳이 밥채까지 다녀오지 않아도 즐거워요. 조촐히 차리고, 즐겁게 지어서 두런두런 나눕니다. 볕이 넉넉한 고장에서는 세그루도 두그루도 짓습니다. 곰곰이 보면, 우리가 한 해에 크게 몇 가지 일을 마무른다면, 넉그루나 닷그루를 짓는다고 할 만합니다. 힘껏 일하느라 땀이 밴 옷을 갈아입고 씻습니다. 씻으면서 빨래도 합니다. 마당에 옷가지를 넙니다.


내버리다·버리다·치우다·마병·버림치·구닥다리·지는꽃·죽어가다·낡다·낡삭다·늙다·너덜너덜·나달나달·쓰레기·허접하다·허섭쓰레기·헌것·헌살림·옛것·오랜것 ← 폐차(廢車)


세그루·세그루심기·세그루짓기·세그루부치기·여럿짓기·여럿심기·여러그루·여러그루짓기·여러그루심기 ← 삼모작(三毛作)


윗옷·윗도리·위·웃통·저고리·적삼·옷·옷가지·옷자락 ← 셔츠(shirt/샤쓰シャツ)


밥자리·밥집·밥가게·밥칸·밥채·밥터 ← 식당(食堂)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