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3.9.

오늘말. 놓다


마감에 쫓기면 붓이 흔들릴 만합니다. 마지막까지 안간힘을 써서 마치고 싶다면, 미리 글살림을 여밀 노릇입니다. 온누리 뭇일은 혼자 하지 않습니다. 여러 사람 손을 거쳐서 나옵니다. 비록 사이에 누구를 거치거나 건너가는지 모르더라도, 알게 모르게 맺는 숱한 사람들이 마음을 기울이면서 차근차근 다스립니다. 여기까지 추스르고서 놓으려다가도 더 쓰자고 여기느라 매듭을 미루곤 합니다. 그만해도 될 텐데, 끝에서도 더 끝까지 가면서 글빛을 북돋웁니다. 더 손품을 안 들여도 되겠다고 느낄 때까지, 이쯤에서 손을 떼면 되겠구나 싶을 때까지, 붓일을 멈추지 않습니다. 얼른 해치울 글살림이 아니에요. 이 손을 떠나서 훨훨 날아가는 글 한 자락은 이웃 눈길과 손길을 거쳐서 숨길로 퍼집니다. 다되었구나 하고 기지개를 켜는 막바지까지 기운을 냅니다. 밥을 지을 적에도, 집을 건사할 적에도, 아이하고 하루를 누릴 적에도, 얼른 끝마치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간이 맞고 밥이 익을 때까지 지켜봅니다. 앞뒤가 알맞고 이야기가 매끄러울 때까지 손봅니다. 밭일도 집안일도 글일도 매한가지예요. 사랑을 쓰고 마음을 쓰고 노래를 쓰면서 한 올씩 풀어냅니다.


ㅅㄴㄹ


가다·흘러가다·건너가다·떠나다·나오다·서다·멈추다·멎다·끊다·끝·끝장·끝나다·끝마치다·끝맺다·마치다·마감·마지막·매듭·닫다·맺다·막다·막히다·다되다·다하다·그만두다·그만하다·거덜·거두다·감다·안 되다·되지 않다·잃다·잘리다·놓다·내려놓다·여기까지·손떼다·접다·젖다·지나가다·집어치우다·치우다·해치우다·마음을 접다 ← 종치다(鐘-)


글살림·글붓살림·글빛살림·글꽃살림·글쓰기·글일·글짓기·붓일·쓰다·짓다·짓는일 ← 작가활동, 작품활동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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