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숲노래 곁말

곁말 113 앉은풀



  여름에는 풀이 우거집니다. 온누리를 푸르게 덮어요. 예부터 풀을 함부로 안 베었고 ‘잡초’ 같은 한자말도 안 썼습니다. 그냥 ‘풀’이고, 마소가 누리는 밥이자, 모두한테 푸르게 베푸는 숨결이요, 사람은 나물이나 살림풀(약초)로 삼았어요. 성가시거나 나쁘다고 여기는 마음이 없습니다. 임금이나 벼슬아치가 사는 곳에는 풀 한 포기 없고 나무도 없습니다. 경복궁·광화문이나 절이나 으리으리한 기와집을 보면 알 만해요. 들꽃 같은 사람들이 지내는 곳은 집을 나무로 둘러싸고 숲에 안겨서 들풀을 들나물로 삼았어요. 겨울이 저물 즈음 땅바닥에 납작하게 붙듯 돋는 첫 봄나물을 먼 옛날부터 ‘앉은뱅이꽃’이라 했어요. 납작 앉았다는 뜻입니다. 요새는 ‘앉은뱅이’를 달갑지 않게 받아들여 이 이름도 안 써야 한다고 여기는 분이 많은데, ‘-뱅이’를 덜어 ‘앉은풀·앉은꽃’이라고만 해도 확 달라요. 바깥말 ‘로제트’를 끌어들이지 않아도 됩니다. ‘납작풀·납작꽃’이나 ‘바닥풀·바닥꽃’ 같은 이름을 붙여도 어울려요. 아늑하게 깃들어 햇볕을 머금고 바람을 마시는 조그마한 풀꽃을 고이 쓰다듬습니다. 아름드리로 크지 않더라도 옅푸르거나 짙푸르게 이 땅을 폭 덮으며 봄을 노래하는 작고 상냥한 들빛을 가만히 안습니다.


앉은풀 (앉다 + 풀) : 땅바닥에 폭 앉은듯이 잎이 퍼지면서 자라는 풀. 잎이 땅바닥에 납작하게 붙듯이 퍼지면서 자라는 풀. (= 납작풀·납작꽃·앉은꽃·앉은뱅이꽃·앉은뱅이풀 ← 로제트rosette)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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