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그리는 할머니 김두엽입니다
김두엽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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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4.3.4.

인문책시렁 342


《그림 그리는 할머니 김두엽입니다》

 김두엽

 북로그컴퍼니

 2021.5.4.



  《그림 그리는 할머니 김두엽입니다》(김두엽, 북로그컴퍼니, 2021)를 읽었습니다. 누구나 붓을 쥐어 삶을 담아낼 수 있으면 즐겁고 아름답습니다. 어린이는 어린이로서 붓놀이를 하고, 어른은 어른으로서 붓살림을 합니다. 아이는 척척 붓을 놀리고, 어른은 착착 붓결을 살립니다.


  붓은 마음이 가는 대로 흐르게 마련입니다. 마음이 안 가는 곳에 붓질을 한다면 어쩐지 꾸미는구나 싶어요. 그렇다면 어떤 마음으로 가는 붓인지 바라볼 노릇이고, 마음을 어떻게 일구는지 들여다볼 일입니다.


  무엇이든 마음에 담고, 무엇이든 말로 옮기니, 무엇이든 붓으로 그릴 수 있어요. 하루를 곰곰이 새긴다면 곱게 그릴 만합니다. 하루를 가만히 돌아본다면 가볍게 그릴 만합니다. 하루를 새록새록 헤아린다면 반짝반짝 그릴 만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제는 여러 할머니가 느즈막이 붓을 쥐고서 그림빛을 선보입니다. 붓을 쥐는 할머니는 다들 오래도록 살림님으로 지내셨고, 꾸준하면서 기운차게 그림살림도 펴더군요. 집살림을 여민 손끝이 야무니, 그림살림을 다스리는 손빛도 야물게 마련입니다.


  김두엽 할머니 그림을 보다가, 수수한 글붓(연필)으로 그리면 한결 나을 텐데 하고 느꼈습니다. 늦깎이로 그림을 배우고서 책을 펴내거나 보임마당을 여는 분을 볼 적에도 비슷하게 느껴요. 다들 너무 일찍 물감이나 빛붓을 손에 쥐더군요.


  글붓은 한 가지 빛결만 나타내지 않습니다. 살림을 살뜰히 여민 분이라면 잘 알겠지요. 날마다 밥을 똑같이 짓는 일이란 없습니다. 날마다 밥을 짓더라도 늘 새롭고 언제나 든든해요. 수수한 글붓일수록 그림빛을 오히려 살립니다. 이를테면 《플랜더스의 개》에 나오는 아이 ‘네로’는 값싼 종이에 숯으로 그림을 담았을 뿐입니다. 네로는 물감도 빛붓도 쓴 적이 없고, 종이조차 몇 자락 없어서 으레 땅바닥에 나뭇가지로 그렸습니다.


  할머니나 할아버지한테 그림을 가르치는 분이 계시다면, 부디 글붓 하나로 온갖 빛과 빛결과 빛살과 빛줄기를 수수하게 담아내어, 스스로 여태 살아온 나날을 펼치도록 북돋우기를 바라요. 빛붓이 나쁠 까닭은 없되, 빛붓부터 너무 일찍 손에 쥐면 “무엇을 그릴까”보다 “어떻게 그릴까”에 기울더군요. 아이도 어른도, 젊은이도 늙은이도, 순이도 돌이도, 이이도 저이도, ‘무엇’이라 할 삶이라는 이여기를 들여다볼 적에 비로소 꽃을 피웁니다. 그리고 이 책에 흐르는 글은 너무 서툴어요. 뭔가 글멋을 부리려 하는 티가 납니다.


ㅅㄴㄹ


아들은 그림을 그린다며 몇 날 며칠을 작업실에서 두문불출했고 저는 식사 때가 되면 “현영아, 밥 먹자∼” 하며 아들을 불러냈어요. (27쪽)


완성된 그림의 수가 많아지고, 내 눈에도 어제보다 오늘 그린 그림이 더 멋져 보이기 시작할 즈음, 아들은 수채화 물감을 건네주었고, 그다음으로 아크릴 물감을 주었어요. (42쪽)


지금 전라남도 광양 우리 집에는 세 식구가 살고 있어요. 오늘은 흰 도화지에 우리 집을 그리고 토방 아래 신발 세 켤레를 그려 넣었어요. (70쪽)


그림이 주는 행복이 매우 크기에, 힘들어도 오랫동안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124쪽)


+


며칠을 작업실에서 두문불출했고

→ 며칠을 일터에 박혔고

→ 며칠을 일터에서 꼼짝않고

→ 며칠을 일터에 틀어박히고

→ 며칠을 일터에 들어앉고

→ 며칠을 일터에 또아리 틀고

27쪽


식사 때가 되면 “현영아, 밥 먹자∼” 하며

→ 밥때가 되면 “현영아, 밥 먹자!” 하며

27쪽


완성된 그림의 수가 많아지고

→ 마무리한 그림이 늘고

→ 마감한 그림이 늘어나고

42쪽


오늘 그린 그림이 더 멋져 보이기 시작할 즈음

→ 오늘 그림이 더 멋져 보일 즈음

42쪽


흰 도화지에 우리 집을 그리고

→ 흰종이에 우리 집을 그리고

70쪽


그림이 주는 행복이 매우 크기에

→ 그리면 매우 즐겁기에

12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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