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숨은책 881


《우표로 100만장자 되는 길》

 김재환

 양지문화사

 1966.11.15.



  이제 나래터(우체국)에 가서 나래꽃(우표)을 사기는 쉽지 않습니다. 나래꽃을 아예 안 파는 곳마저 꽤 있습니다. 글월을 부치는 값만 찍찍 뽑아서 찰싹 붙이는 얼거리로 바뀌었어요. 나래꽃을 안 쓰다시피 하는 오늘날에는 나래꽃 값어치가 어떨까요? 예전에는 ‘사람들한테 거의 없는’ 나래꽃 하나가 어마어마하게 비쌌다고 했습니다. 글자루에 붙인 나래꽃에 어떻게 쿵 찍느냐에 따라, 이 새김무늬로 값을 매기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사용제 우표·봉투’라는 말은 잊혔다고 할 만하고, 나래꽃집(우표상)은 거의 사라졌어요. 《우표로 100만장자 되는 길》이라는 묵은 책을 2000년 언저리에 서울 불광동 헌책집에서 만났습니다. 그즈음은 벌써 ‘나래꽃 모으기(우표 수집)’는 철지난 놀이였어요. 책집지기님하고 이 책에 적힌 ‘당신도 돈벌 수 있다’라는 글자락이며, 일러두기에 줄거리를 함께 살피면서 “‘우표로 돈벌 수 있다’라는 말은 다 뻥 아니에요? 우표를 파는 가게에서 아이들 코묻은 돈으로 장사한 셈 아닐까요?” 같은 말을 주고받았습니다. 다들 가난하고 버거워서 무엇 하나로도 돈길을 찾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나래꽃은 이웃나라에서 값으로 쳐주지 않았어요. ‘우두머리(대통령) 얼굴’에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자주 찍어대는 나라는 후지다고 여기거든요. 그나저나 《우표로 100만장자 되는 길》은 뒤쪽에 ‘韓國郵票投資目錄’을 싣습니다. ‘우표목록’이 아닌 ‘투자목록’이라는 이름으로 스스로 값어치를 떨어뜨리는 모습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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