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민낯 맨낯 삶낯 (2023.4.22.)

― 서울 〈숨어있는 책〉



  누구나 늘 무슨 말을 합니다. 느끼고 보고 헤아리는 하루를 말로 옮깁니다. 이제까지 살아오며 배운 얼거리로 말을 폅니다. 오늘까지 익히고 다진 숨결을 말에 담습니다. 깊거나 넓게 말을 들려주는 사람이 있고, 얕거나 어설피 말을 내뱉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넘어지면서 다릿심을 기릅니다. 아이들은 다치고 멍들면서 튼튼하게 큽니다. 어른도 넘어질 때가 있고, 자꾸 다칠 수 있습니다. 아이나 어른 모두 잘못을 숱하게 저지르면서 뒤늦게 배우게 마련입니다. 잘못을 저지르느냐 마느냐는 썩 대수롭지 않습니다. 잘못을 뉘우칠 줄 알면 되고, 허물을 곱씹으면서 거듭나려고 애쓸 노릇입니다.


  예부터 “익은 벼가 고개를 숙인다”고 했습니다. 고개숙일 줄 알기에, 아이에서 어른으로 나아갑니다. 고개를 안 숙이니까, 아이에서 철딱서니없는 놈팡이로 건너가더군요.


  봄빛을 느끼는 저녁에 〈숨어있는 책〉에 찾아옵니다. 이 책도 고르고 저 책도 집습니다. 시골집에서 몇 달 동안 느긋이 읽을 책을 잔뜩 고릅니다. 시골에는 풀꽃나무에 개구리에 새에 풀벌레가 둘레에 넘실넘실이되, 둘레에 책집이 없고 ‘책읽는 이웃’도 없다시피 합니다.


  서울을 떠나 시골로 삶터를 옮길 뜻이 있는 분이라면, 논밭일뿐 아니라 책읽기를 하려는 마음도 품기를 바라요. 논밭일에만 온하루를 쏟지 말고, 하루 한나절씩 가만히 읽고 쓰고 새기는 삶을 짓는 꿈으로 시골살이를 하기를 바랍니다.


  돈만 벌거나, 이름만 날리거나, 힘만 부리는, 이런 바보스런 삶은 스스로 죽음길로 치달아요. 살림을 가꾸고, 사랑을 나누고, 생각을 짓는, 이런 어진 삶은 스스로 삶노래로 뻗습니다. 민낯이 살림낯이니 고와요. 맨낯이 숲낯이니 아름다워요. 민낯이 돈버러지라면 얼뜨지요. 맨낯이 힘바치라면 가엾습니다.


  스스로 배우고 익히는 사람은 늘 스스로 새롭게 섭니다. 스스로 안 배우고 안 익히는 사람은 늘 고리타분합니다. 아이를 돌보는 어버이가 있지만, ‘아이돌봄 시늉’을 하는 철없는 이가 있습니다. 살림을 짓고 책을 읽고 풀꽃나무를 품는 어른이 있으나, ‘책읽는 흉내’에 그치는 겉발림이 있어요. 잘 해내야 하지 않습니다. 사랑으로 찬찬히 펴면서 거듭날 일입니다. 잘못했으면 고개숙이면서 고쳐나갈 노릇입니다. 고개를 빳빳이 세울수록 쭉정이처럼 나부대다가 쓰러집니다.


  서울마실을 하며 책을 실컷 보았으니, 이제 쉬러가야겠습니다.


ㅅㄴㄹ


《식민지의 四季》(죠지 오웰/장윤환 옮김, 청람, 1980.5.10.2벌)

《굶는 광대》(프란츠 카프카/김창활 옮김, 태창, 1978.9.15.)

《傳敎大師》(竹內芳衛, 日本打球社, 1943.3.25.첫/1943.8.15.재판.)

- 書籍·文具 柳商會. 京城府明倫町二丁目一五. 電話東局 ⑤三一五番

- 일본 천태종 

《王子와 탈》(최인훈, 문장, 1980.5.5.첫/1980.7.10.재판)

《국민정신무장독본 2 민주주의의 참된 모습》(오천석, 현대교육총서출판사, 1968.6.15.)

《朝日政治經濟叢書 6 婦人參政權の話》(朝日新聞社 政治經濟部 엮음, 朝日新聞社, 1930.11.30.)

《유니베르타스문고 1 현대물리학의 자연상》(W.하이젠베르크/이필렬 옮김, 이론과실천, 1991.12.5.)

《죽을 준비》(손철, 상아, 1989.4.20.)

《작은 시집》(김연희, 꾸뽀몸모, 2015.1.2.)

《서울에서 보낸 3주일》(장정일, 청하, 1988.8.30.첫/1988.9.20.2벌)

《조치훈 1주일 완성 최신바둑첫걸음》(조치훈, 행림출판, 1985.10.20.)

- 문경서적 책싸개 한서부 T.22-8558 양서부 T.26-5069

《과학사의 뒷이야기 3》(이준범 엮음, 삼안출판사, 1978.1.30.첫/1980.2.1.재판)

- 우주여행과 전자두뇌와 로봇이 지배하는 2001년의 과학세계를 해부하는 시리이즈

- 범우서점. 각종일반서적·학교참고서. 안양 2-7099 천주교회 옆.

《종이비행기》(편집부 엮음, 산하, 1990.1.20.)

《霧津紀行》(김승옥, 범우사, 1977.5.5.첫/1979.10.20.중판)

《분홍의 시작》(남길순, 파란, 2018.8.20.)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정숙자, 파란, 2017.6.26.)

《슬픔의 불을 꺼야 하네》(최명진, 걷는사람, 2023.1.25.)

《발코니 유령》(최영랑, 실천문학사, 2020.11.16.)

《억울한 세금 내지 맙시다》(윤종훈, 보리, 1996.10.15.)

《내가 여전히 나로 남아야 함은 아직도 널 사랑하기 때문이다》(김기만, 지원, 1990.12.10.첫/1991.4.15.5벌)

《낙타는 십리 밖 물 냄새를 맡는다》(허만하, 솔, 2000.10.5.)

《그대가 밟고 가는 모든 길 위에》(신경림·이시영 엮음, 창작과비평사, 1985.3.30.)

《배의 歷史》(김재근, 정우사, 1980.1.25.)

《韓國文學全集 13 兪鎭午 選集》(박세준 엮음, 선진문화사, 1973.5.1.)

- 新女苑 5월호 別冊際錄

《荒無地에 뿌리를 내리고》(김용기, 노벨문화사, 1972.9.23.)

《韓國兒童文學論》(이상현, 동화출판공사, 1976.9.10.)

《나라사랑 43집 별책》(백낙준 엮음, 외솔회, 1982.6.30.)

《辭說時調全集》(김제현 엮음, 영언문화사, 1985.4.30.)

《愛國歌와 安益泰》(김경래, 성광문화사, 1978.1.20.)

《우리글 바로쓰기》(이오덕, 한길사, 1989.10.28.)

《한글의 역사와 미래》(김정수, 열화당, 1990.10.8.)

《발해사 연구 7》(장월영 엮음, 연변대학출판사, 1996.12.)

《辛亥革命史》(左舜生/정병학 옮김, 문교부, 1965.3.10.)

《Martin Chambi》(Amanda Hopkinson 엮음, Phaidon, 2001.)

《Mathew Brady》(Mary Panzer 엮음, Phaidon, 2001.)

《80년대 대표소설》(편집부 엮음, 현암사, 1989.12.15.)

《새(鳥)說話 硏究》(강신영,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 1997.2.)

《아시아의 축제》(유네스코 아시아 문화센터 엮음/김유진 옮김, 일지사, 1976.11.20.)

- 우리 명숙이의 지속적인 발전을 빌면서, 롯데백화점에서 오빠와 함께 어린이날을 기념하면서 1981.5.5.

- 一九八六.十.九. 한글날 연희동에서 기문이 주려고 사다. 동화책을 보면 내 사랑하는 기림이·기문이에게 사주고 싶다.

《세계과학문고 : 끝없는 집념》(박동현·현정순 엮음, 한국과학기술진흥재단, 1980.5.1.)

- 독후감은 이렇게 쓰자

- 제2회 전국학생 과학문고 읽기 운동

- 과학책 읽어 나라 힘 꽃피우자

《2016 한글을 듣다》(편집부 엮음, 국립한글박물관, 2020.12.23.)

《講談社文庫 A8 羅生門·偸盜·地獄變·往生繪卷》(芥川龍之介, 講談社, 1971.7.1.)

《哲學の人間學的原理》(チェルヌイシェフスキ-/松田道雄 옮김, 岩波書店, 1955.11.25.첫/1957.1.20.2벌)

《世界史のなかの明治維新》(芝原拓自, 岩波書店, 1977.5.20.첫/1977.7.15.2벌)

《寫眞の讀みかた》(名取洋之助, 岩波書店, 1963.11.20.첫/1964.8.10.4벌)

《유승준 사진집 INFINITY》(김중만 사진, 김영사, 2001.9.17.)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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