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2.1.


《읽는 생활》

 임진아 글, 위즈덤하우스, 2022.10.26.



어젯밤부터 내리는 늦겨울비. 비날이지만 며칠치 옷가지가 모였기에 빨래를 한다. 낮에는 마루에 널고, 밤에는 잠칸으로 옮긴다. 빗줄기가 가는 낮에 나래터를 다녀온다. 고즈넉하다. 시골버스에서 노래꽃을 쓰고 하루글을 적는다. 집으로 돌아와서 아이들하고 두런두런 수다를 하다가 작은아이 손등을 토닥이면서 꿈나라로 간다. 작은아이는 뒤꼍에서 흙을 파면서 여러 날 노느라 손등이 텄다. 나도 늘 맨손으로 일을 하지만, 설거지에 빨래에 밥짓기를 틈틈이 하기에 손을 되게 자주 씻는다. 작은아이더러 “네가 스스로 밥을 차리고, 설거지도 하고, 걸레를 빨아서 마루를 훔치고, 여러 일손을 거들다 보면, 손등은 저절로 곱게 낫는단다.” 하고 속삭인다. 《읽는 생활》을 읽으며 어쩐지 허전했다. 글만 읽을 적에는 오히려 글조차 못 알아보기 쉽다. 무늬만 한글을 읽기에 글읽기일 수 없다. 글로 옮긴 삶을 읽어야 글읽기에 삶읽기에 마음읽기로 뻗는다. 글은 말을 담은 그림이고, 말은 마음을 담은 소리이고, 마음에 담는 말에는 우리가 저마다 스스로 짓는 삶이 고스란히 깃든다. 글을 쓰는 이웃이 늘어서 반갑되, ‘글만 쓰는’ 듯하다. 집안일도 하고, 아이도 돌보며 같이 놀고, 풀꽃나무를 품는 살림이 영 안 보이니 알맹이가 없는 듯싶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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