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27.
《여행하는 낱말》
박 로드리고 세희 글·사진, 곳간, 2023.12.30.
포근날을 잇는다. 볕도 바람도 끝겨울을 앞두었다고 알린다. 다만, 끝겨울을 앞두었어도 겨울이다. 해가 지면 차고, 해가 돋으면 조금씩 녹는다. 흙이 보드랍게 풀리고, 쑥이 하나둘 오른다. 일찌감치 핀 동백꽃이 있고, 크고작은 새가 쉬잖고 날아든다. 바람은 가만가만 흐르다가 휙 불면서 “보라구, 아직 겨울이야.” 하고 속삭인다. 《여행하는 낱말》을 읽었다. 낯선 곳에 발을 디디면서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바라보려는 마음으로 엮은 이야기를 돌아본다. 아직 안 간 곳을 가기에 새빛을 볼 수 있는데, “아직 안 간 곳”이란 “아직 안 간 나라·고장”일 수도 있고, “아직 스스로 눈을 안 뜬 마음”일 수도 있다. 어느 곳으로 마실을 하든, 우리는 삼백예순닷새 가운데 하루를 그곳에 머물고, 하루 가운데 한때를 지낸다. 열두 달은 열두 빛이고, 네 갈래 철은 네 빛이고, 한 달은 서른 빛이다. 하루는 아침빛과 낮빛과 저녁빛뿐 아니라, 새벽빛과 밤빛이 있는데, 아침 일곱 시하고 여덟 시만 하더라도 햇살이 확 다르다. 여러 나라를 둘러보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이와 달리, 마을과 들숲바다를 너르면서 깊이 품는 사람은 확 줄었다. 삶빛을 읽고, 살림길을 살피고, 사랑꽃을 피우려는 마음이라면,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늘 눈길을 연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