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4.2.14.

숨은책 565


《선생님과 아이들이 함께 하는 향토교실》

 편집부 엮음

 인천향토교육연구회

 1993.3.26.



  푸른배움터를 다니던 열여덟 살에 인천 배다리 헌책집에서 《제4차 향토기행, 개항장 일대》를 찾아내어 읽고서, 한국사·세계사 길잡이한테 우리도 이런 마을짚기(향토기행)를 해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여쭈었어요. 한 분은 “고3이 무슨 향토기행?”이라며 내쳤고, 다른 분은 《개항장 일대》를 저한테 빌려서 곰곰이 읽으시더니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배움터 길잡이가 못 하겠다면 스스로 하자고 생각했습니다. 으리으리한 이름을 붙이진 않았어도, 어릴 적부터 동무네에 걸어서 놀러갔다가 걸어서 돌아오는 길은 모두 마을짚기였습니다. 때로는 중구 신흥동부터 북구 산곡동까지 걸었고, 수봉공원을 에돌아 용현동과 주안동을 지나고 구월동까지 걸었어요. 또래는 “입시를 앞두고 무슨 마을걷기냐?” 하며 시큰둥했고, 밑내기도 한나절 걷기를 손사래쳐서 혼자 걸었습니다. 만석동과 화수동에 사는 동무한테 이 골목으로 걸어갔다면, 우리 집까지 돌아갈 적엔 딴 골목을 걸었습니다. 고3이던 1993년에 《선생님과 아이들이 함께 하는 향토교실》을 헌책집에서 또 찾았습니다. ‘인천역사터잡이―어진내 3’으로 나온 꾸러미입니다. 용케 내놓아 준 분이 있고, 즐겁게 챙겨서, 나와 이웃이 맺은 마을길을 이어 보았어요. 누가 시켜야 배움길을 갈 수 있지 않아요. 혼자 걷고, 스스로 걷고, 노래하면서 즐겁게 걸을 뿐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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