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4.2.14.

숨은책 912


《增補 師任堂의 生涯와 藝術》

 이은상 글

 성문각

 1962.9.1.첫/1970.8.8.증보3판



  싸움터에서 작대기 넷을 달고서 막바지를 보내던 1997년 가을날, 행정보급관이 무슨 글뭉치를 건네었고, 바른글씨로 옮겨적고서 연대로 갖다 주라고 했습니다. 행정보급관 어머님이 퍽 늙으셨고, 나라에서 무슨 이바지돈을 받을 수 있다기에 내는 꾸러미 같았습니다. 글씨를 옮겨적다가 갸우뚱해서 “여기 이분 이름이 ‘망아지’ 맞습니까?” 하고 여쭈었어요. “야! 소리내지 마!” 하며 윽박지릅니다. 양구 도솔산 꼭대기에서 밑자락으로 걸어내려서 꾸러미를 내고는, 다시 낑낑대며 멧꼭대기로 걸어오는 긴긴 길에 곱씹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아이한테 망아지란 이름을 붙였을까?’ 할머니 한 분은 늘그막까지 이름을 그대로 붙들며 살아갔습니다. 《增補 師任堂의 生涯와 藝術》은 언제나 우두머리한테 조아리던 이은상 씨가 씁니다. 이이는 이순신 이야기도 썼고, 일본·이승만·박정희·전두환한테 두루 굽신거리는 발자취를 남겼습니다. 하고많은 글바치 가운데 신사임당 이야기를 여밀 일꾼 하나 없었을까요? ‘사임당 신씨’라고만 알려졌을 뿐, 막상 이름을 알 길이 없는데, 이 책 첫머리에는 ‘씨줄(가문의 종합 계보)’부터 싣습니다. 씨줄이 그토록 대단하다면서 어찌 신사임당 이름조차 알 턱이 없을까요? “보물 제 165호 오죽헌 기념, 강릉”이란 글씨를 눌러찍은 책을 쓸쓸히 쓰다듬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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