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새기는 2024.1.28.해.



스스로 하는 말은 스스로 새기는 앞길이야. 네가 스스로 입을 거쳐 소리를 낸 그대로, 네가 앞으로 맞이할 길이 나타나고, 네가 오늘까지 걸은 길이 바뀌어. 스스로 머리에 띄우는 그림은 네가 이루거나 일구는 모습이야. 어떤 모습이든 네가 띄우는 대로 나타난단다. 미움도 네가 그려내어 짓지. 사랑도 네가 그려내어 샘솟아. 몽글몽글 일어나려는 ‘생각’이야. 그대로 이어가려는 ‘새김·새기다’야. 아침마다 마음에 무엇을 새기는지 헤아려 봐. 낮 내내 마음에 무슨 생각이 흐르는지 살펴봐. 저녁에 마음에 담은 그림을 떠올려 봐. 온하루에 흐른 말을 지켜보면서, 남이 아닌 나 스스로 마음을 어떻게 다루거나 폈는지 느껴 봐. 네 삶은 네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난 자취야. 네 마음은 네 삶을 스스로 새긴 무늬야. 좋거나 나쁘지 않아. 옳거나 틀리지 않아. 맞거나 어긋나지 않아. 온통 배울거리야. 무엇을 그렸건, 무엇을 했건, 무엇을 보고 느끼고 담았건, 이 모든 그림과 하루를 다시 생각하고 새기기에 ‘바뀌’거나 ‘새로울’ 수 있어. 잎이 새로 돋고, 잎이 새숨을 불어넣어. 어느새 일을 이루고, 어느틈에 이야기가 흘러. 어느덧 지나가고, 생생하게 나타나서 새록새록 돌아볼 수 있어. 네 앞에 생겨나는 모든 일이란, 네가 스스로 새긴 마음이요, 이리하여 마음에서 싹트는 생각이 문득 삶으로 드러난다는 얼거리를 읽는다면, 처음부터 아무 말이나 안 하겠지. 이제부터 새롭게 말을 할 테고.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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