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11.


《오르페우스의 창 3》

 이케다 리에코 글·그림/장혜영 옮김, 대원씨아이, 2012.4.15.



새는 내려앉아서 귤이랑 능금을 쪼면서 날갯짓소리를 남긴다. 참새떼는 푸릉푸릉 모여서 날아다닌다. 부엌닫이를 손본다. 작은아이가 거들고, 큰아이도 손을 보탠다. 오랜자취를 새롭게 손질하면서 이어갈 보금자리이다. 우리가 저마다 다르면서 새롭게 살아가려면, 누구나 ‘우리 집’을 누릴 수 있어야지 싶다. 《오르페우스의 창 3》을 지난해에 읽었다. 석걸음에서 멈추었다. 퍽 오래된 그림꽃이기는 하지만, 줄거리나 얼거리가 고지식하다. 뻔하고 따분하다. 어릴 적에 《올훼스의 창》이라는 이름으로 나온 판을 읽은 적 있는데, 예전(1982년)에도 썩 심심했다. 돈·이름·힘이 있어도 스스로 굴레에 갇힌 채 헤매는 몸짓은 갑갑하다고 느꼈고, 이런 틀을 짜서 글이나 그림을 선보이는 보람이 무엇일는지 아리송했다. 눈망울을 틔우는 길동무가 아닌, 외려 눈망울을 가두거나 잠그는 차꼬 같더라. 어질게 하루를 그리면서 사랑으로 오늘을 살림하는 이야기를 글이며 그림으로 담는 사람이 늘어날 노릇이라고 생각한다. 남들더러 먼저 눈망울을 틔우라고 외치기 앞서, 나부터 우리 둥지에서 두런두런 하루를 짓고 펴면서 아이들하고 새길을 일굴 노릇이라고 생각한다. 읽고서 아쉬운 책은 아쉽다고 스스럼없이 말하고 나누자. 읽는 동안 아름답다고 느낀 책은 아름답다고 기쁘게 노래하고 나누자. 여름이 깊을수록 겨울이 보이고, 겨울이 깊을수록 여름이 보인다.


ㅅㄴㄹ


#池田理代子 #オルフェウスの窓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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