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루돌프 Dear 그림책
김성라 지음 / 사계절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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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책넋 2024.1.23.

읽었습니다 303



  몇 해 앞서 서울 어느 골목을 걷다가 길바닥에 적힌 ‘여성안심귀갓길’이란 글씨를 보았습니다. 곳곳에 알림판도 있더군요. 이 글씨를 보다가 “이 길은 돌이가 지나가면 안 되나?” 싶어 알쏭했습니다. ‘여성안심’이라는 말은, “모든 남성은 여성을 괴롭히거나 밟는다”는 미움 불씨를 바탕에 깝니다. 마음을 놓아야 할 길이라면 누구나 마음을 놓을 노릇이라고 느껴요. 여린 돌이도 많고, 여린 어린이가 수두룩합니다. 무엇보다 어느 골목만 아니라 모든 곳이 “누구나 느긋한 삶터”이도록 거듭날 일이에요. 《여름의 루돌프》을 곰곰이 읽고서 내려놓았습니다. “쉬려고 제주로 ‘내려가는’ 아가씨” 하루를 들려주는데, 아가씨는 쉴 테지만, 할머니는 일합니다. 그리고 할머니 둘레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말없이 일하는 숱한 사람들”이 있어요. 이 나라는 틀림없이 웬만한 곳마다 ‘고약한 웃사내틀’이 버젓하지만, “아이를 사랑하는 수수한 살림꾼”도 숱합니다. 버스일꾼도, 시골집에 기름을 넣는 일꾼도, 논밭에서 땀흘리는 일꾼도, 인쇄소와 제본소와 배본소에서 일할 뿐 아니라 나름이로 힘쓰는 일꾼도, 이름과 얼굴이 안 드러나는 수수한 이웃입니다. 가르기보다는, 고루 보면서 새길을 걸어가기를 바랍니다.


《여름의 루돌프》(김성라, 사계절, 2023.7.10.)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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