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1.21.

오늘말. 장님


눈이 멀면 안 보인다고 여기지만, 머리에 있는 눈이 아닌 마음에 있는 눈으로 한결 멀리 바라보곤 합니다. 바다에 잠기듯 둘레를 바라보는 사람인 장님입니다. 마치 잠을 자는 듯한 매무새요, 잠이란 낮을 이은 밤에 꿈을 그리면서 새롭게 깨어나는 때이니, 장님한테 ‘잠꽃’처럼 새롭게 이름을 붙일 수 있어요. 얼핏 눈못보기에 먼눈이지만, “멀어버린 눈”일 뿐 아니라, “멀리보는 눈”이기도 합니다. 마음을 읽고 잇기에 잠꽃이요, 감은빛이거든요. 밤에 고요하게 검은빛을 헤아리면서 감은넋을 고요넋으로 추스릅니다. 두 눈은 멎거나 멈추었다고 여길 테지만, 마음도 넋도 얼도 숨결도 새롭게 가다듬으면서 피어나는 잠꽃이요 밤꽃이면서 고요꽃이라고 여길 만합니다. 틀린글씨를 바로잡을 수 있지만, 말 한 마디가 마음에 담는 씨앗 한 톨과 같으니, 차근차근 짚고 돌보고 살피고 생각하면서 말가꾸기로 나아갈 수 있어요. 천천히 손질합니다. 하나하나 손봅니다. 겉옷도 속옷도 윗옷도 아랫도리도 다듬돌에 얹어서 다듬이질을 하듯, 글도 말도 마음도 하루도 느긋이 다듬습니다. 어제를 오늘에 잇고, 오늘 여기에 있고, 오늘부터 모든 삶을 읽어요.


ㅅㄴㄹ


장님·잠님·잠꽃·눈멀다·눈먼이·눈먼님·눈먼꽃·눈못보기·먼눈·먼꽃·눈잃다·눈을 잃다·감은눈·감은빛·감은님·감은넋·감은얼. ← 시각장애인


말가꾸기·말살피기·말손질·말고치기·말다듬기·바로쓰다·바로쓰기·고치다·고쳐쓰다·가다듬다·가다듬·가다듬기·글손질·글고치기·글다듬기·다듬다·다듬·다듬질·다듬기·손보다·손질하다·추스르다 ← 국어순화, 언어순화


속옷·아랫도리·샅옷 ← 빤스(パンツ), 팬티(panties)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