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1.17.

오늘말. 긴담


가로막는 가시울이 있기에 멈추지 않습니다. 건드리지 못할 만큼 높다랗게 돌담벼락이 섰기에 그만두지 않습니다. 까다롭거나 끝없이 잇는 울타리라서 버겁지 않아요. 기나긴 냇물이란 가없이 길게 이으면서 들을 적신 숨결입니다. 머나먼 길이어도, 다음길로 나아가고 너머살이를 헤아리는 하루를 짓다 보면 어느새 닿습니다. 손대지 못할 듯한 높담을 마주할 적에, 말끝을 바꾸어 높꽃으로 여깁니다. 넘보지 못할 긴담이란 따로 없어요. 스스로 마음에 가시덤불을 드리우느라 어려울 뿐입니다. 금을 죽 그었기에 막히지 않아요. 마음을 먼저 닫은 바람에 앞이 안 보입니다. 틀에 박힌 나라인 탓에 힘들거나 지칠까요? 마음에 사랑을 품는 하루라면 앞꽃을 피우게 마련입니다. 너랑 내가 하나되는 사랑을 그리는 오늘이라면 다음꽃을 노래할 수 있어요. 한동아리란, 하늘빛으로 동글동글 아우를 줄 아는 사이예요. 턱이 높으니 함께 손을 맞잡고 넘습니다. 앞날을 아름답게 지어서 나누고 싶으니 어깨동무를 하고서 나아갑니다. 두걸음도 석걸음도 새삼스럽습니다. 높끝도 땅끝도 바다끝도 하나로 만나요. 더욱 느긋이 한 발짝을 떼고, 겨울바람도 반갑게 쐽니다.


ㅅㄴㄹ


가로막다·가로막이·가시울·가시담·가시덤불·건드리지 못할·건드리면 안 될·넘보지 못할·넘지 못할·손대지 못할·금·담·담벼락·막다·울·울타리·돌담·돌담벼락·돌울·돌울타리·긴담·긴담벼락·긴울·긴울타리·길다·기나길다·기다랗다·기닿다·길디길다·긴·긴긴·높다·높다랗다·높디높다·높직하다·높끝·높꽃·멀다·멀디멀다·머나멀다·까다롭다·끝없다·가없다·어렵다·힘겹다·힘들다·턱·틀·앞·앞꽃·앞길·앞줄·앞날·앞삶·두걸음·이다음·그다음·다음·다음꽃·다음길·다음날·담날·다음삶·다음살이·너머·너머꽃·너머삶·너머살이·너머길·너머빛·너머누리·품다·하나되다·하룻밤·한덩이·한동아리·한몸 ← 만리장성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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