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O 마오 13
다카하시 루미코 지음, 서현아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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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1.10.

갚음 앙갚음 값


《마오 13》

 타카하시 루미코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22.12.25.



  《마오 13》(타카하시 루미코/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22)에 흐르는 삶과 사람을 읽습니다. 무엇을 하려고 태어난 삶일까요? 서로 어떻게 맺고 얽으려는 하루일까요? 우리가 낳은 아이는 우리 마음대로 휘저어도 될까요? 우리 스스로도 우리를 낳은 어버이하고 다른 숨결이듯, 우리가 낳은 아이도 우리랑 다른 숨빛입니다.


  아이들은 불굿에서 헤매려고 태어나지 않습니다. 우리가 어른이라면, 아이를 낳든 안 낳든 이 땅에 불굿을 세우지 않습니다. 우리가 어른이 아니니, “저 불굿은 어쩔 길이 없어. 넌 불굿에서 살아남는 재주를 길러야 해!” 하고 닦달하지요.


  오늘날 불굿은 갖가지입니다. 이제는 이 불굿이 지겨워서 숱한 사람들이 어릴 적부터 짝맺기를 손사래쳤어요. 서른 살이 지나고 마흔 살이 지나도 혼살림을 잇는 분이 많아요. 왜 그러겠어요? 불굿은 그동안 홀로 짊어진 채 끝내고 싶거든요. 새로 태어날 아이들이 불굿을 짊어지는 모습을 차마 못 보겠거든요.


  온누리가 아름답다면 누구나 아이를 낳아요. 그리고 하나 더 있어요. 온누리가 안 아름답기에 아이를 낳기도 합니다. 새가 알을 낳고, 풀벌레가 알을 낳아요. 풀꽃이 씨앗을 맺고, 나무도 열매를 맺습니다. 사람들이 끔찍하게 죽이고 죽는 불바다에서도 풀꽃나무는 씨앗하고 열매를 베풀어요.


  이리하여 싸움불굿인 곳에서조차 ‘깨달은 사람’인 ‘어른’은 논밭을 건사합니다. 총칼이 아닌 호미랑 낫이랑 쟁기를 쥐기에 어른입니다.


  자, 봐요. 우두머리(대통령·국회의원·시도지사·군수)가 되려는 이들 가운데 낫을 누가 쥐지요? 우두머리 자리에 선 뒤로 호미를 누가 쥐었나요? 우두머리에 서서 바쁘게 나랏일을 보더라도, 밥을 짓고 옷을 짓고 집을 짓고 아이들한테 이야기를 들려주는, 어른스러운 사람은 누가 있나요?


  《마오》는 빗대어서 들려주기도 하고, 대놓고 밝히기도 합니다. 이 불굿을 일으킨 무리는 바로 ‘어른 아닌 꼰대’입니다. 그러나 꼰대를 아무리 미워한달 안 바뀌어요. 미움은 미움씨앗이거든요. 불굿을 걷어치우려면 미움씨앗으로 다 불질러야 하지 않아요. 불굿을 없애는 길은 오직 하나입니다. 사랑이에요. 사랑으로 녹이고 풀고 달랠 적에, 사랑으로 아이를 낳을 적에, 모든 몹쓸 불굿을 걷어치울 수 있습니다. ‘저출산대책’이나 ‘인구소멸위기대책’은 몽땅 덧없습니다. ‘사랑’이 아닌 ‘대책’을 아무리 세운들, 이 나라는 아름답게 거듭날 수 없고, 아이가 태어날 수 없습니다.


ㅅㄴㄹ


#たかはしるみこ #高橋留美子 #MAO


“메이, 네가 목숨을 걸고 하려는 일은, 복수.” “아뇨, 구원이에요. 이 남자를 살려두면 또 몇 번이고 많은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할 테니까.” (132쪽)


“어떻게 하겠느냐? 이대로 죽겠느냐, 아니면 살아서 원한을 갚겠느냐.” (149쪽)


“돈은 얼마든지 주마. 얼른 저 여자를 죽여!” “싫은데. 한패라고 오해하면 어떡해.” (155쪽)


“시라누이는 분노와 괴로움을 파고들어 힘을 주고 사람을 이용합니다. 하지만 그 끝에 기다리는 것은 …….” ‘이제 복수는 끝났는데.’ (163쪽)


“그래도 그만두지 않겠어요. 폭력으로 남을 괴롭히는 자들이 있는 한, 저는 또 데려올 거예요. 제가 틀린 걸까요?” “틀리진 않았어. 내가 보기에 힘이 없는 정의 같은 건, 개똥만도 못 해.” “그렇군요.” “이제 돌이킬 수 없어.” (17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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