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듣다 2022.3.25.쇠.
듣고 싶은 마음은 모든 소리를 다 다르게 갈라. 소리를 하나씩 갈라 보면서 이 다른 소리마다 흐르는 이야기를 느끼고 읽지. 듣기 싫은 마음은 아무 소리도 맞아들일 뜻이 없으니, 참으로 다른 소리여도 그저 시끄럽다고 여겨서 똑같이 쳐내고 싶지. 듣기에 조금씩 움직여. 빗방울이 차근차근 들으면서 땅이 촉촉히 젖고, 풀꽃나무가 천천히 씻고 하늘이 찬찬히 열려. 귀로 차근차근 들으면서 마음이 천천히 자라고 생각이 찬찬히 트여. 들을 줄 아니, 어느새 읽어서 새기는 눈을 틔우지. 눈을 하나하나 틔우니 조금조금 알아가면서 머리에 이야기가 차올라. 이 이야기란, 네가 스스로 받아들여서 키우는 빛알갱이야. 처음에는 그저 작고 몇 안 되는 조각이었다면, 어느새 부피도 크기도 늘면서 반짝반짝 네 생각으로 피어나지. 무엇을 어디에서 듣든 모두 너를 너답게 너로서 이루는 길로 나아간단다. 귀를 막고 싶을 적에도, 두 팔을 뻗어 안고 싶을 적에도, 너는 늘 네 이야기를 가꾼단다. 겨울이 저무는 소리를 들었니? 봄이 오는 소리나 꽃이 피는 소리를 들었니? 새가 날아앉아 노래하는 소리를 듣니? 개구리가 깨어나서 기뻐하는 소리를 듣니? 개미가 기는 소리도, 구름이 피어나서 흐르는 소리도 들을 수 있어. 바위가 속삭이는 소리도, 사마귀가 속살이는 소리도 얼마든지 듣는단다. 다만, 네가 스스로 ‘알아가면서 이야기를 가꾸는 오늘’을 짓겠다고 생각하면서 마음을 열려고 눈을 뜨기에 이 여러 가지 소리를 듣지. 별빛이 쏟아지는 소리를 듣는다면, 네 몸을 이룬 별알갱이가 늘 반짝이는 소리에 새록새록 사랑이 깨어나겠지. 몸을 곧게 펴렴. 그러고서 이 몸을 입은 넋을 깨워서 가만히 일어나렴. 숨빛을 터뜨리면 귀가 트여. 숨빛을 품으면 사근사근 찾아드는 소리에 네 마음씨를 슬쩍 묻고서 네 왼날개에는 꿈을 달고 네 오른날개에는 말을 얹는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