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1.7.
오늘말. 타래
바람이 휭휭 부는 날은 줄을 단단히 맵니다. 바도 쓰고 사슬로 채울 수 있어요. 풀리지 않도록 쓸 적에는 살림이요, 가둘 적에는 고삐 같습니다. 끈으로 야무지게 묶습니다. 노를 엮어 단출히 건사하고요. 저잣마실을 다녀오는 바구니에는 무엇을 담을까요. 버들고리에 도시락을 넣고서 마실을 갑니다. 구럭에 봄나물을 채워요. 우리가 일군 이야기를 하나하나 모으니 어느새 꾸러미입니다. 우리 하루는 이야기보따리예요. 서로서로 이야기타래를 여미어요. 굴레살이에 얽매니 눈물바람입니다. 가두리는 멍에 같은 죽음입니다. 드나들거나 숨을 쉴 틈이 없다면 그저 고랑이에요. 아픈 멍울을 달래면서 함지에 눈물꽃을 담아서 짊어집니다. 쓰라린 생채기를 다독이는 밤에는 마당에 서서 별바라기를 합니다. 우리가 서는 자리를 돌아봅니다. 눈물비가 아닌 웃음비가 흐르기를 바라요. 아파서 똑똑 떨구는 이슬이 아닌, 풀꽃나무를 살리는 이슬꽃이 피어나기를 바랍니다. 뒤주에서 쌀을 꺼내어 살살 일어 밥을 짓습니다. 밥 한 그릇은 너도 먹고 나도 먹어요. 동무하고 나누려고 그릇에 담아 보자기에 싸고는 길을 나섭니다. 오늘은 모둠잔치를 엽니다.
ㅅㄴㄹ
고리·구럭·버들고리·꾸러미·꾸리·꿰미·집·뒤주·함지·마당·자리·저자·모둠·모음·칸·타래·판·바구니·보따리·보퉁이·싸다 ← 함(函)
사슬·쇠사슬·고랑·쇠고랑·고삐·굴레·멍에·가두다·가두리 ← 수갑(手匣)
바·밧줄·끈·줄·노·노끈 ← 포승(捕繩)
이슬·이슬꽃·눈물꽃·눈물길·눈물바람·눈물비·눈물빛·눈물구름·눈물앓이·고삐죽음·굴레죽음·멍에죽음·사슬죽음 ← 옥중고혼(獄中孤魂)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