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서울로 2022.8.7.해.



서울이란 유난하지. 풀꽃나무가 자랄 곳을 온통 잿빛더미로 누르고 막는데, 이럴수록 사람들이 많이 몰려. 더구나 아주 큰 서울 곁에는 ‘서울바라기·서울따라지’ 같은 곳이 자꾸 생기고, 시골까지 서울을 닮으려고 하더구나. 사람들이 잔뜩 모이는 곳에는 ‘돈’하고 “돈벌이가 될 일거리”가 많다고 하지. 그러니까 참으로 많은 사람들은 ‘돈·돈벌이’에 달려들어 마치 똥에 들러붙는 파리 같지 않아? 파리는 어느새 똥을 다 먹어서 말끔하게 치워내. 파리가 있기에 이 별은 깨끗하지. 그런데 사람들은 뭘까? ‘돈·돈벌이’에 달라붙는 사람들은 ‘돈·돈벌이’를 늘리려고 자꾸 잿빛더미를 늘리지. 숲에서는 돈이 나오지 않아. 숲에서는 사랑이 나와. 그렇기에 “사랑이 나오는 숲”을 끝없이 망가뜨리거나 허물거나 없애려 하지. 나무를 그저 돈으로 여겨 자꾸 베어내어 팔아야 사람들이 눈이 멀거든. 이러면서 서울에 ‘공원 만들기’를 하는데, ‘공원’은 ‘숲’이 아니야. 숲에는 농약·비료가 없고 정원사·조경사가 없어. 공원은 잿빛더미를 닮고서 ‘숲시늉’을 하는 돈벌이만 있어. 이러다 보니 “공원에 길들”에서 숲을 꺼리거나 두려워하기까지 해. 서울사람은 서울에 눌러붙으려고 돈을 붙잡지. 시골사람은 서울에 끼고 싶어서 돈을 노리지. 이렇게 서울도 시골도 나란히 망가지는 길로 간단다. 그러면 서울(도시)을 없애면 될까? 아니야. 서울은 내버려두렴. 아무리 잿더미라 하더라도 풀씨·꽃씨·나무씨는 ‘열 해’쯤이면 모두 녹여서 숲빛으로 바꾸어낸단다. 너희는 너희 삶터를 ‘보금자리숲’으로 가꿀 노릇이야. 풀꽃나무가 우거지면 ‘숲’이고, 이곳에 사람이 깃들면 ‘보금자리숲(가원家園)’이란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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