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인칭 가난 - 그러나 일인분은 아닌, 2023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온(on) 시리즈 5
안온 지음 / 마티 / 2023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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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글손질 2023.12.28.

다듬읽기 135


《일인칭 가난》

 안온

 마티

 2023.11.24.



  《일인칭 가난》(안온, 마티, 2023)을 읽었습니다. 책쓴이는 이제 예전처럼 가난하지 않다고 밝힙니다. 이렇다 보니 줄거리가 흔들흔들합니다. ‘이제 안 가난한’데 자꾸 ‘예전에 가난했다’는 나날을 끌어내려고 하다 보니, 여기저기 부딪히고 엇갈립니다. 첫머리는 “혼자서 뚫어낼 수 없는 가난담벼락”을 여러모로 짚는 듯하지만, 몇 쪽 지나지 않아 “어떤 가난을 어떻게 보냈는가”라는 길을 잃어버려요. 더욱이 말씨가 너무 딱딱하고 어렵습니다. 동무하고 나누는 말에 막말(욕)이 꽤 섞여요. 학원강사를 한 탓인지 몰라도, ‘이제 제법 잘살’기에, 꾸밈말이나 치레말을 내처 보태려고 하는 듯싶어요. 돈이 없거나 아버지가 주먹을 휘둘렀기에 슬픈 굴레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돈이 넉넉하거나 주먹질 아버지가 사라진 뒤에는 어떤 하루일까요? 어젯일을 차분히 짚어낼 때라야, 오늘 둘레에서 가난하게 살림을 잇는 사람하고 어깨동무합니다. 부디 웃는 하루이기를 바랄 뿐입니다.


ㅅㄴㄹ


통통해서 힐끔거리게 되는

→ 통통해서 힐끔거리는

9


20여 년간 기초생활수급자로 살았고

→ 스무 해쯤 밑살림돈을 받았고

9


해서 나의 가난은 2000년대의 가난이고

→ 그래서 2000년 무렵에 가난했고

→ 곧 2000년 언저리에 가난했고

9


일에 이력이 붙어 월 소득은 높아졌으나

→ 일을 꾸준히 해서 달벌이는 늘었으나

→ 일을 오래 해서 달삯은 늘었으나

9


오장육부에 붙은 가난은 쉬이 떨어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 삭신에 붙은 가난은 쉬이 떨어질 낌새가 보이질 않는다

→ 온몸에 붙은 가난은 쉬이 안 떨어진다

9


가난을 주어로 문장을 쓸 때는 심히 망설였지만

→ 가난을 앞세워 글을 쓸 때는 몹시 망설였지만

→ 가난으로 글을 쓸 때는 무척 망설였지만

10


다른 누군가가 이어서 일인칭의 가난을 쓸 테니까

→ 다른 누가 이어서 그분 가난을 쓸 테니까

10


나눠준 것은 어떤 배려였을 것이다

→ 나눠주며 마음을 썼으리라

→ 나눠주면서 마음을 기울였으리라

13


당시에도 결식아동을 위한 식비 지원 제도가 있었다

→ 그때에도 굶는아이한테 밥값을 도와주었다

→ 그즈음도 못 먹는 아이한테 밥을 대주었다

13


아직 더 많은 배려가 필요하다

→ 아직 더 마음을 써야 한다

→ 아직 더 들여다봐야 한다

→ 아직 더 살펴야 한다

14


은행나무 아래를 한참 걸을 수 있었다

→ 부채나무 밑을 한참 걸을 수 있다

22


최루성 사연은 전혀 없었다

→ 눈물나는 얘기는 아예 없다

→ 눈물꽃은 조금도 없다

30


계속 받을 수 있는 선에서만 임모동을 했던 엄마가

→ 내내 받을 수 있도록 밥벌이를 하던 엄마가

→ 줄곧 받을 수 있도록 돈벌이를 하던 엄마가

30


국고에서 나오는 장학금은

→ 나라서 나오는 배움꽃돈은

→ 나랏돈으로 받는 꽃돈은

40


내가 해본 일 중 가장 고강도 육체노동이었다

→ 내가 해본 몸이 가장 힘든 일이다

→ 나로서는 몸이 가장 고된 일이다

41


초고를 대필해 주기만 해도

→ 바탕글을 써주기만 해도

→ 밑글을 몰래쓰기만 해도

44


잔잔한 분위기 속에

→ 잔잔하고

→ 잔잔하기에

46


그러다 생리학적 신호, 예컨대 요의를 느끼면

→ 그러나 오줌이 마려우면

→ 그러다 쉬가 마려우면

52


주문처럼 철지난 CM송을 흥얼거렸다

→ 팔림노래

→ 장사노래

57


스타킹 10족은 빠르게 소진되었다

→ 긴버선 10켤레는 빠르게 동났다

→ 버선 10켤레는 빠르게 바닥났다

64


허연 각질

→ 허연 겉살

→ 허연 비늘

→ 거스러미

65


상기된 목소리마저 거짓이었다

→ 들뜬 목소리마저 거짓이다

→ 달뜬 목소리마저 거짓이다

65


디즈니 후드 티를 선물해 주자

→ 디즈니 쓰개옷을 사주자

78


양수에서부터 어른이었던 것은 아닌데

→ 뱃물부터 어른이지는 않은데

→ 아기물부터 어른이지는 않은데

96


식구를 위협하는 가정폭력 가해자로 돌아왔다

→ 집안을 빻는 막짓으로 돌아왔다

→ 한집안을 으르는 주먹질로 돌아왔다

105


염하는 모습은

→ 다독인 모습은

→ 갈아입힌 모습은

108


서류 한 뭉텅이를 들고 한정승인 절차를 밟던

→ 글자락 한 뭉텅이를 들고 빚씻이를 밟던

→ 글뭉텅이를 잔뜩 들고 빚지움을 밟던

109


삶의 게이지가 조금 올라갔다

→ 삶눈금이 조금 올라갔다

→ 삶이 조금 나아졌다

111


모든 논의에서 날 제했다

→ 모든 말에서 날 밀어냈다

→ 모든 이야기에서 날 뺐다

114


아빠 죽음에 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

→ 아빠 죽음에 이바지했다고 생각했다

→ 아빠 죽음에 한몫했다고 생각했다

115


항상적 과로

→ 늘 고단하다

→ 노상 지치다

124


삼각김밥은 생명줄이었다

→ 세모김밥은 목숨줄이었다

132


식사의 질이 낮고 불규칙적으로 먹어

→ 밥차림이 낮고 아무렇게나 먹어

→ 아무것이나 마구 먹어

132쪽


스페셜하게 딱 한 피스만 나왔다

→ 대단하게 딱 한 조각만 나왔다

→ 훌륭하게 딱 하나만 나왔다

→ 멋지게 딱 한 도막만 나왔다

135


개구호흡까지 하는 단이에게 끔찍한 고통의 밤을 안겨주고 싶지 않다는

→ 헉헉거리는 단이가 괴롭게 밤을 보내기를 바라지 않는다는

→ 헐떡거리는 단이가 밤을 끔찍하게 보내기를 바라지 않는다는

142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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