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2.9.


《오름나그네 2》

 김종철 글·사진, 다빈치, 2020.4.15.



이른새벽에 옆마을로 걷는다. 첫 시골버스를 기다린다. 읍내에서 순천 가는 첫 시외버스를 탄다. 기차나루에 내려서 창원으로 달리고, 다시 갈아타서 대구로 들어선다. 일곱 시간을 길에서 보내며 노래꽃(시)을 제법 썼고, 밀린 하루쓰기(일기)도 거의 매듭짓는다. 대구에 계신 이웃님을 만나서 〈합동북〉을 먼저 들른다. 얼추 스무 해 만에 찾아갔다. 그동안 이곳에 책마실을 못 했지만 오늘까지 마흔 해 넘게 책살림을 이으셨구나. 돌박이 아기가 새근새근 자는 〈북셀러 호재〉에 가볍게 들른다. 김광석거리 들목에 깃든 이곳을 드나드는 책손님 발길이 많아 반갑다. 《오름나그네 2》를 읽었다. 나고자란 고장을 사랑하는 마음이 물씬 흐르는 책이다. 다만, 글결은 퍽 어렵다. 제주에서 섬빛과 바다빛과 오름빛과 하늘빛을 두루 품은 사람들은 예나 이제나 수수하게 말을 하고 이야기를 할 텐데, 정작 글바치는 안 쉽게 글을 쓴다. 오름만 오르지 말고, 말빛을 올리는 마음으로 피어나면 더없이 아름답다. 모든 오름을 돌아보는 길도 뜻있지만, 곁에서 지켜보는 오름을 가만히 품으면서 제주말과 살림말과 사랑말을 헤아린다면 더욱 빛났으리라 본다. 시골 할매는 어렵게 말하지 않는다. 시골 할배도 한자말을 마구 쓰지 않는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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