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3.12.24.

오늘말. 큰절


오늘 본 새를 이튿날 새로 봅니다. 어제 지켜본 새를 오늘 새삼스레 살펴봅니다. 어쩌면 아스라한 옛날부터 만난 새일 수 있습니다. 이 마을에 오래오래 뿌리내린 새가 알을 낳고 새끼를 까면서 두고두고 어우러질 수 있어요. 나무 한 그루는 얼마나 오랜 나날을 흘러서 우리 곁에 있는지 헤아립니다. 오늘 돋는 별은 벌써 까마득한 옛적부터 이곳으로 뻗은 빛줄기를 흩뿌리는 셈일까요. 아니면 한 달쯤 앞서 뿌린 빛살을 보내려나요. 봄에는 봄새가 베푸는 노래가 즐겁습니다. 가을에는 가을새가 들려주는 노래가 반갑습니다. 겨울에도 여름에도 다 다른 새가 언제나 새롭게 노래하기에 고마워요. 아침저녁으로 감도는 노랫가락을 들을 때면 넙죽 큰절을 올리고 싶습니다. 마음을 녹이는 가락이요, 삶을 북돋우는 소리입니다. 출렁이는 바다에도 찰랑이는 냇물에도 윤슬이 피어요. 설거지를 하는 개수대 물빛도 반짝여요. 밥을 차리면 아이들이 눈망울을 빛내고 까르르 웃고 떠들면서 누리지요. 모든 나날은 덤 같습니다. 아니, 열매일까요. 또는 보람이나 씨앗일까요. 기쁘게 짓고 차리고 치웁니다. 흐뭇하게 밤빛을 바라보면서 긴긴 겨울을 보냅니다.


ㅅㄴㄹ


아까·앞·앞서·예전·옛·옛길·옛날·오래되다·가다·흘러가다·벌써·이미·처음·첫·지난·지난날·지나다·지나가다·지난때·지난일·갇히다·닫히다·막히다·없다·멀다·묵다·케케묵다·해묵다·바래다·빛바래다·빛잃다·날다·낡다·너덜너덜·자다·잠들다·감감하다·까마득하다·아스라하다·고리다·구리다·쿠리다 ← 이전(以前)


고맙다·오감하다·기쁘다·반갑다·즐겁다·흐뭇하다·보람·열매·윤슬·빛·빛살·빛꽃·빛다발·빛나다·덤·드리다·올리다·절·큰절·엎드리다 ← 사의(謝意)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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