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3.12.21.

오늘말. 흐느적


거머쥐려고 하면 오히려 휘청이면서 놓치게 마련입니다. 거느리려고 하면 으레 궁둥방아를 찧는구나 싶습니다. 다스리려 하기에 무너지고, 올리려고 하니 사그라들어요. 무언가 이루려는 일은 나쁠 대목이 없되, 이루려는 마음이 큰 나머지 뒤뚱거리더군요. 억지로 하려고 드니까 깨집니다. 따스하게 마음을 쓰지 않고서 주먹을 앞세우다 보니 으레 바보스레 맛이 갑니다. 힘으로 하려는 사람은 흐느적이곤 합니다. 힘으로 밀다 보면 힘에 부쳐서 그만 자빠지거든요. 아이는 힘으로 안 합니다. 총칼을 쥐지도 않습니다. 아이는 늘 스스로 넉넉하면서 포근히 품는 마음으로 사르르 녹여요. 햇볕이 아침으로 가고, 햇볕을 받는 풀과 나무가 푸르듯, 햇볕처럼 웃는 얼굴에 모든 앙금이며 허물이 스러집니다. 발길질을 한들 깨지 못 해요. 손힘이나 손찌검은 오히려 스스로 초라하게 비틀거리는 굴레입니다. 우격다짐은 살림길하고 먼 줄 언제쯤 알아볼까요. 마구마구 들이민들 하나도 안 되는데, 후줄근한 몸짓을 어느 때에 알아차릴까요. 질질 끌지 마요. 쓸데없이 몰지 마요. 함께 걸어갈 길을 헤아려요. 넘어지지 않으려고 용쓰지 말고, 기쁘게 노래하고 어울려요.


ㅅㄴㄹ


힘없다·기운없다·깨지다·무너지다·부서지다·틀어지다·나른하다·녹다·날다·사그라들다·절다·못나다·못쓰다·맛가다·절다·지다·질질·사라지다·사위다·스러지다·슬다·없다·바보스럽다·멍청하다·시답잖다·쓸데없다·쓸모없다·어리다·어리석다·쪼잔하다·초라하다·크잖다·후줄근·고꾸라지다·너부러지다·넘어지다·궁둥방아·엉덩방아·비실거리다·비틀거리다·뒤뚱거리다·기우뚱다·삐걱거리다·안되다·어그러지다·이울다·자빠지다·하느작·흐느적·휘청 ←무력(無力)


주먹힘·주먹다짐·주먹질·발길질·발질·억지·어거지·손아귀·손힘·손찌검·밟다·짓밟다·짓뭉개다·칼·총칼·힘·심·때리다·두들기다·우격다짐·마구 ← 무력(武力)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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