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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는 최선을 다해 곡선이다 - 제3회 권태응문학상 수상작 ㅣ 문학동네 동시집 68
함민복 지음, 윤태규 그림 / 문학동네 / 2019년 4월
평점 :
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3.12.19.
노래책시렁 383
《노래는 최선을 다해 곡선이다》
함민복 글
윤태규 그림
문학동네
2019.4.5.
노래를 부르니 놀고 싶습니다. 놀이를 하니 노래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부르는 노래는 노을에 닿고, 노을이 지면서 퍼지는 밤빛이 우리 몸이며 마음으로 넉넉히 스밉니다. 힘껏 소리를 내려 하면 ‘악’을 쓰는 결로 기웁니다. 즐겁게 소리를 내기에 노래이고 가락입니다. 어린이는 온힘을 다해 자라지 않아요. 어린이는 언제나 하루하루 새롭고 즐겁게 자라고 싶습니다. 《노래는 최선을 다해 곡선이다》를 읽고서 한숨이 나왔습니다. 안간힘을 쓰듯 글을 쥐어짤 수 있겠습니다만, 어린이하고 나눌 말과 글이란 언제나 어른으로서 스스로 기쁘게 일하고 즐겁게 살림을 짓는 숨결이어야지 싶어요. 어린이는 하나도 안 쥐어짜면서 놀거든요. 어린이가 먹을 밥에 아무것이나 넣는다면 어른이 아닙니다. 어린이한테 아무 옷이나 입혀도 어른이 아닙니다. 어린이한테 아무 말이나 쓰는 몸짓은 어른일 수 없습니다. ‘동시’나 ‘동시문학·어린이문학’이 아닌, 그저 ‘삶노래·살림노래·사랑노래·숲노래’를 어깨동무로 나누기에 어른입니다. 애써 꾸미지 맙시다. 그리고 우리말을 좀 배워야 하지 않을까요? 어린이한테 틀린말을 들려주거나 길들이면 도무지 어른일 수 없습니다. 바로 이곳 오늘 우리 보금자리에서 빙그레 웃는 말씨가 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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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를 내리며 살다가, 뿌리가 뽑힌 채 팔려가는 나무는 언제 어디에서나 아파서 눈물에 젖는다. 나무가 딸랑 몸만 옮겨가는 일이란 없다. 나무는 애써 뻗은 뿌리하고 줄기에 가지를 왕창 잘리고서야 땅에서 뽑힌다. 뿌리도 가지도 줄기까지도 잘려서 아픈 나무를 마음으로도 알아차리지 못 한 채, 그저 ‘딸랑 몸만 옮긴다’고 적는 글을 어린이한테 어떻게 읽히려 하는지 아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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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나무가 차를 타고 이사를 간다 // 이삿짐 / 하나도 안 챙기고 / 딸랑 / 몸만 이사를 간다 (18쪽)
옷 갈아입기 참 힘들겠구나 / 옷 갈아입기를 포기하는 수밖에 없겠구나 // 그래서 비늘 옷에는 / 단추도 지퍼도 없구나 // 움직이기만 해도 자동으로 옷이 빨리는 / 물속에 살아 참 다행이다 (잉어/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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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는 최선을 다해 곡선이다》(함민복, 문학동네, 2019)
감자는 궁금한 게 많습니다
→ 감자는 궁금합니다
→ 감자는 모두 궁금합니다
7쪽
질문을 던져 보고
→ 물어보고
8쪽
더 조심했어야 할 참새 마음의 무게가
→ 더 살펴야 할 참새 마음이
14쪽
푸른 하늘 쳐다보면 금방 눈가로 물이 샌다
→ 파란하늘 쳐다보면 곧 눈가로 물이 샌다
17쪽
몸만 이사를 간다
→ 몸만 옮긴다
→ 몸만 옮겨간다
18쪽
휜 허리는 곧게 펼쳐지고, 흰 머리카락은 푸르러지고
→ 휜 허리는 곧고, 흰 머리카락은 푸르고
→ 이제 허리는 펴고, 머리카락은 푸르고
20쪽
참새 귀를 연구해
→ 참새 귀를 살펴
→ 참새 귀를 헤아려
26쪽
노래들은 최선을 다해 곡선이다
→ 노래는 온힘을 다해 둥글다
32쪽
물의 고마움 새삼 느끼고 있는데
→ 고마운 물을 새삼 느끼는데
→ 물이 새삼스레 고마운데
41쪽
귀를 통해 내 몸속까지 달려
→ 귀를 거쳐 내 몸까지 달려
→ 귀를 지나 내 몸까지 달려
→ 귀로 내 몸까지 달려
41쪽
아니면 겁나 무서웠을까
→ 아니면 몹시 무서웠을까
→ 아니면 무서웠을까
47쪽
조금은 꽃과 같은 극이 되는지
→ 조금은 꽃과 같은 쪽인지
→ 조금은 꽃과 같은지
49쪽
낯선 이 글씨는 누구의 글씨체일까
→ 낯선데 누구 글씨일까
→ 낯선 이 글씨 누가 썼을까
52쪽
나무들은 흙냄새가 좋아
→ 나무는 흙냄새가 좋아
59쪽
나무들의 줄기인지도 모르지
→ 나무줄기인지도 모르지
59쪽
단추도 지퍼도 없구나
→ 단추 주륵이도 없구나
70쪽
나무의 나이테는 오늘을 어떻게 기록할까
→ 나무는 테에 오늘을 어떻게 새길까
→ 나이테에는 오늘을 어떻게 남길까
78쪽
길가의 가로수 친구들이
→ 길나무가
→ 길가에 선 나무가
78쪽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흔들리는 건 아닐까
→ 두리번거리며 흔들리지는 않을까
→ 둘레를 보며 흔들리지는 않을까
8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