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2.3.
《나는 왜 시골을 돌아다녔는가?》
김동영 글, 도시총각, 2020.10.28.
어제 아이들하고 〈임금님 이야기 King's Speech〉를 보았다. 억누르는 아버지하고 괴롭히는 언니랑 돌봄이 사이에서 암말을 못 하며 자라야 하던 사람이 임금터(궁궐)에서 동무 하나 없이 속말을 감추다가 드디어 동무를 사귀면서 천천히 마음을 풀어내어 말더듬이 매무새를 다독이는 길을 들려주는 줄거리이다. 나부터 어릴 적에 말더듬이였다. 꽤 오래 고단했으나, 혼잣말을 어마어마하게 했고, 새벽에 새뜸나름이(신문배달부)로 일하며 노래를 불렀으며, 싸움터(군대)에서 홀로 멧길을 오르내리거나 가시울(철책·휴전선)을 걸을 적에도 혼잣소리를 내면서 더듬말씨를 추스르려고 했다. 무엇보다 두 아이를 돌보며 날마다 하루 여덟 시간쯤 끝없이 노래를 부르는 살림을 열 해 남짓 잇고 보니, 말더듬이는 어느새 거의 걷히더라. 《나는 왜 시골을 돌아다녔는가?》를 돌아본다. 돌아다니고 싶으니 돌아다녔겠지. 뿌리내릴 시골을 찾고 싶어 돌아다녔겠지. 두루보기를 해야 속보기를 한다. 고루보기를 멀리하면 겉훑기에 사로잡힌다. 다만, 글쓴이는 ‘떠돌이’를 하느라 ‘자리잡기’하고는 멀더라. 돌아다니는 동안 몰랐다면 어쩔 길 없되, 뭔가 느꼈다면 알겠지. 어느 곳에 자리잡든, 스스로 어떤 마음이냐에 따라 살림터로 바뀌게 마련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