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낱말들 - 닮은 듯 다른 우리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열여섯 가지 단어
김원영.김소영.이길보라.최태규 지음 / 사계절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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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책넋 2023.12.16.

읽었습니다 281



  시골에서 살기 앞서 ‘마을알림’이 이토록 시끄러울 줄 몰랐습니다. 어쩌다가 마을지기가 목소리를 내겠거니 했는데, 면사무소하고 군청에서 날마다 숱하게 온갖 자질구레한 마을알림을 똑같이 읊더군요. 저잣마실을 하러 읍내로 시골버스를 타고 나가는 길에는, 시골버스에 타는 시골 푸름이 입에서 막말이 쏟아집니다. 읍내에서는 늙수그레한 아재들 거친말이 판칩니다. 이래서 시골이 사라지겠구나 싶더군요. 시골말도 숲말도 살림말도 등진, 매캐하고 시끄럽게 쏘아대는 북새말이 넘치는 곳은 스스로 무너집니다. 《일상의 낱말들》을 곰곰이 읽었습니다. 왜 ‘오늘말’이나 ‘하루말’이나 ‘삶말’이나 ‘살림말’이 아닌, 일본말씨로 ‘일상 + -의’라 하는지 아리송하다가, 글쓴이 모두 서울(도시)이라는 북새통에서 지내기에 이렇겠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마음을 담아서 나누는 말이라면, 허울이 아닌 하늘빛으로 흐릅니다. 어린이 곁에서 밥하고 빨래하고 쓸고닦는 수수한 말씨가 그립습니다.


ㅅㄴㄹ


《일상의 낱말들》(김원영·김소영·이길보라·최태규, 사계쩔 2022.11.14.)


+


사소한 낱말들이 실은 두 팔을 치켜들고 저를 지탱해 주는 작은 기둥들의 이름임을 확인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 정작 수수한 낱말이 두 팔을 치켜들고 저를 버티어 주는 작은 기둥을 이르는 줄 알 수 있어 좋았습니다

→ 그러나 심심한 낱말이 두 팔을 치켜들고 저를 견뎌 주는 작은 기둥인 줄 알 수 있어 좋았습니다

4쪽


어린이를 친절하게 대하는 게 그리 거창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 어린이한테 상냥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 어린이한테 따뜻하기란 그리 힘들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 어린이한테 너그럽기란 그리 엄청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5쪽


사랑이 이긴다는 사실, 알고 계시죠?

→ 사랑이 이기는 줄 아시죠?

→ 사랑이 이기는데 아시죠?

7쪽


낯선 공간에 들어설 때면 누구나 긴장하게 됩니다

→ 낯선 데에 들어설 때면 누구나 두근거립니다

→ 낯선 곳에 들어설 때면 누구나 굳습니다

→ 낯선 자리에 들어설 때면 누구나 떱니다

19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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