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짧게 2023.12.8.쇠.
겨울이 깊어가면 해가 짧고 낮아서, 낮이 늦고 일찍 가. 가장 깊은 겨울부터 해는 다시 길고 높으니, 밤이 조금씩 늦으면서 일찍 가. 여름이 깊어가면 거꾸로일 테지. 다만, 겨울해이건 여름해이건 똑같이 ‘해’야. 겨울낮이건 여름낮이건 늘 ‘낮’이야. 네 옷은 길거나 짧거나 옷이야. 네가 쓴 글은 길거나 짧거나 글이야. 네 생각은 깊거나 얕거나 생각이야. 겉으로 보는 크기나 부피가 어떠하든 속살이 바뀌는 일은 없어. 크거나 길어 보이면 좋니? 작거나 짧아 보이면 나쁘니? 좋아하는 크기가 있을 테고 나빠하는 길이가 있겠지. 좋아할 적에는 무엇이 좋은지 느끼고, 나빠할 적에는 왜 나쁜지 느끼고, 나중에 ‘안 나빠하는 길이’가 있을 적에 차근차근 느껴 봐. 크거나 작기 때문이 아닌, 길거나 짧기 때문도 아닌, 언제나 네 마음 탓에 무엇이든 다 다르게 느껴서 받아들인단다. 짙게 끼어도 안개이고, 옅게 끼어도 안개이지. 많이 먹어도 한끼이고, 굶거나 건너뛰거나 조금 먹어도 한끼야. 누구는 둘레를 보는 눈이 얕거나 짧다고 느낄 수 있어. 누구는 온누리를 깊고 넓게 본다고 느낄 만해. 그런데 이 모두 ‘눈’이고 눈길이야. 잔뜩 내리지 않고서 가볍게 내려도 비야. 구름이 잔뜩 끼어 해가 안 보이는 날이어도 ‘낮’은 늘 찾아와. 그러니까 보아야 할 곳을 보고, 그려야 할 꿈을 그리고, 살려고 하는 하루를 살아가기를 바라. 너를 가꾸거나 망가뜨리는 사람은 언제나 너 스스로이거든.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