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지붕 2023.12.6.물.
오래가는 집이 있고, 얼마 못 가는 집이 있어. 살아가면서 손길이 닿아 살아가는 집이 있고, 조금씩 무너져가는 집이 있어. 너는 어떤 집에서 하루를 보내니? 너희 집은 지붕이 튼튼하니? 너희 집은 비가 올 적에 지붕을 두들기는 소리를 듣니? 너희 집은 지붕에 새가 내려앉아서 쉴 수 있니? 빗소리를 못 듣는다면 지붕이 없니? 지붕이라 여길 곳을 생각할 수 없는 겹겹 쌓은 칸 하나에 깃들었니? 곰곰이 돌아보렴. 지붕이 없는 그곳이 집일까? 지붕이 없다면 마당도 없겠지. 지붕에 마당이 없이 잠을 자거나 밥을 차리거나 짐을 두는 데가 집일 수 있을까? 너희는 ‘집’이 아닌 ‘집척(집인 척)’인 곳을 값비싸게 치르고서 부둥켜안지는 않았니? 비를 느끼고 바람을 보고 해를 알고 별을 그리고 새를 만나고 온누리를 척척 너희 발로 디디는 첫자리이기에 집이라고 해. ‘부동산’이나 ‘아파트’가 아닌 ‘집’을 이루어야 하지 않을까? 너희 손으로 짓고, 너희 손길로 돌보고, 너희 숨결을 담아서 물려주는 삶터여야 집이지 않을까? 온누리를 느껴가면서 눈을 틔우고 마음을 다스리는 터전이기에 집이야. 비바람을 가리기만 하는 곳이지 않아. 먹고자고 짐을 두기만 하는 곳이지 않아. 살림이 피어나고, 사랑을 싹틔우는 곳이기에 집이야. 너희 집에 새라는 이웃을 맞아들이렴. 너희 집에 개구리라는 동무를 받아들이렴. 나무가 자라고 풀이 돋고 꽃이 피어 나비가 춤추는 집을 이루렴. 밤낮으로 숨을 틔우면서 도란도란 지내는 집을 품으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