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1.28.


《채식주의자》

 한강 글, 창비, 2007.10.30.



바깥마루에 귤을 까서 올려놓으면, 멧새가 포로롱 날아와서 두리번거리다가 콕 집어서 포로롱 날아간다. 우리는 늘 새를 본다. 새도 노상 우리를 본다. 갓 어른새로 거듭났으면 우리를 모를 만하지만, 어른새로 한참 살아온 아이들은 우리를 알 만하다. 새도 저희끼리 “저 집에 가면 쉴 곳도 마실 물도 먹을 밥도 있어!” 하고 속삭이리라 본다. 아침에 너구리가 우리 집 돌담을 따라 걷는다. 우리는 너구리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등에는 털이 없다. 걸음새도 아파 보인다. 이 너구리는 어디로 가는 길일까. 이 고장 들숲메에서 너구리 짝이나 동무나 이웃을 만날 수 있을까. 《채식주의자》를 돌아본다. 요즈막에 곁님이 얘기를 해서 ‘채널A 티쳐스’를 보았는데, 아직 우리나라는 아이를 사랑으로 안 돌보는 집안이 무척 많다. 사랑으로 못 돌보더라고 덜 괴롭히는 집이 꽤 있으니 이럭저럭 나라가 안 무너졌을 텐데, 사랑을 잊고 잃고 등지는 터전에서 ‘글을 쓰는 사람’은 어떤 몫을 맡을 만할까? 모름지기 온누리 모든 나라에는 따로 ‘풀밥(채식)’이 없었다. 따뜻하거나 더운 나라에서는 누구나 풀밥이었고, 춥거나 메마른 나라에서는 으레 고기밥이었다. 글에 앞서 철부터 익힐 노릇이다. 바람이 가볍고 햇볕이 포근하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