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어떤 책이건 (2023.5.30.)

― 인천 〈아벨서점〉



  어떤 책이건 스스로 읽어내면 됩니다. 누가 옆에서 거들어도 안 나쁘되, 스스로 읽고 느끼고 알아서 풀지 않는다면, 아무리 아름다운 책을 손에 쥐더라도 속내나 줄거리를 모르거나 헤맵니다. ‘책읽기 = 스스로 배우기 + 알기 + 말하기’입니다.


  남이 어느 책을 어떻게 읽건 대수롭지 않습니다.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이니, ‘똑같은 글씨’를 놓고도 다르게 풀어내게 마련입니다. 다만, 모든 말은 태어난 뿌리가 같아요. 모든 말은 마음을 담아요. 다르게 풀어내되 마음을 헤아리면 한뜻을 이루고 한사랑으로 깨어날 수 있습니다.


  저녁나절에 〈아벨서점〉 시다락방에서 ‘우리 말밑 수다’를 펴기 앞서 책부터 둘러봅니다. 한나절(4시간)쯤 둘러보아야 책밭을 누릴 테지만, 토막틈을 내어 이 책 저 책 얼른 갈무리해서 주섬주섬 쌓습니다. 이야기꽃을 펴고서 잠자리에 깃들기 앞서, 또 이튿날 고흥으로 돌아갈 시외버스에서 읽자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모두 바다이고, 비이고, 구름이고, 바람이고, 무엇보다도 사랑입니다. 모든 말밑은 언제나 한 낱말로 닿습니다. 밑동을 캐고 파고 들추고 찾노라면, 으레 한 낱말에 이르니, ‘나’입니다. ‘나’ 다음에 ‘너’가 나왔고, 이다음으로 ‘가’가 나옵니다. 나는 너한테 가고, 너는 나한테 옵니다. 이러면서 온갖 말이 끝없이 늘어납니다. 영어로 치면 ‘I’부터 모든 말이 싹텄다고 여길 만합니다.


  지난 2010년에 인천을 떠나던 밤을 떠올립니다. 서울도 부산도 인천도 대구도 광주도 대전도, 무엇보다도 없는 하나는 ‘숲’입니다. 어린이가 마음껏 뛰거나 달리다가 뒹굴거나 구를 만한 숲이 이 모든 고장에 없습니다. 왜 아기를 안 낳겠어요? 왜 어린이가 고달프겠어요? 어린이가 숨을 돌리며 쉴 곳이 없거든요. 배움수렁(입시지옥)이 버젓하거든요. 교육부·교육청을 없애고, 교장·교감 없이, 오롯이 길잡이로서 어린이를 마주해야 이 나라를 새롭게 일구리라 봅니다.


  늘 푸르게 일렁이는 풀과 나물과 나뭇잎처럼, 싱그러이 오늘을 노래로 지을 때에 비로소 책을 책으로 마주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아직 모르는 사람’은 모르기에 모를 수 있어요. ‘이미 아는 사람’은 알기에 말을 할 몫이 있어요. ‘이미 아는 사람’이 입을 닫고서 슬그머니 지나가면, ‘아직 모르는 사람’은 앞으로도 모르는 채 멍하니 휘둘리거나 휩쓸리기 좋습니다. ‘이미 아는 사람’은 둘레에서 쓴소리를 하든 말든 ‘아는 이야기’를 제대로 하나하나 풀어내어 ‘아직 모르는 사람’인 이웃한테 차근차근 들려주면서 ‘함께 알고서 새롭게 나아가는 길’로 첫발을 내딛을 노릇이라고 봅니다. 어떤 책이건 ‘읽어낼’ 눈을 틔울 일입니다.


ㅅㄴㄹ


《한국의 지명유래 1》(김기빈, 지식산업사, 1986.9.15.)

《피네간의 經夜》(제임스 조이스/김종건 옮김, 정음사, 1985.9.20.)

《황병기 17현 가야금 곡집 : 춘설春雪·달하 노피곰》(황병기, 이화여자대학교 출판부, 1997.5.15.)

《황병기 가야금 곡집 : 밤의 소리》(황병기, 이화여자대학교 출판부, 1990.8.5.)

《황병기 가야금 곡집 : 靈木》(황병기, 수문당, 1979.7.5.)

《새벽 들》(고재종, 창작과비평사, 1989.9.15.첫/1004.5.10.3벌)

《우주배꼽》(고진하, 세계사, 1997.3.15.)

《누이》(유안진, 세계사, 1997.3.15.)

《신포동에 가면》(최진자, 시와표현, 2018.10.25.)

《슬램덩크 27》(이노우에 타케히코/소년챔프 편집부 옮김, 대원, 1996.2.21.)

《드래곤볼 42》(토리야마 아키라/아이큐점프 편집부 옮김, 서울문화사, 1995.8.23.)

《독어와 불어딕션》(Dr.Richard G.Cox/전성환 옮김, 수문당, 1985.3.20.)

- 동서음악사. 국내외 음악서적 전문점. 대구시 중구 공평동 21의 1, 중앙국민학교 입구. 46-2500

《濟州島神話》(현용준, 서문당, 1976.4.20.첫/1977.7.30.2벌)

《벼·짚·살림》(인병선, 짚풀생활사박물관, 2007.12.18.)

《이씨네 집 이야기 1》(황미나, 서울문화사, 1999.5.31.)

《이씨네 집 이야기 2》(황미나, 서울문화사, 1999.12.15.)

《이씨네 집 이야기 3》(황미나, 서울문화사, 2000.10.20.)

《이씨네 집 이야기 4》(황미나, 서울문화사, 2001.3.10.)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