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은행나무 2023.11.24.쇠.



여름이면 제비떼가 하늘을 가르고, 겨울이면 오리떼가 하늘을 갈라. 새는 날갯짓을 하면서 하늘을 사랑하는 하루를 산단다. 개미는 땅을 기면서 흙을 사랑하는 오늘을 살지. 물방울은 바다에서 놀다가 하늘로 올라서 날다가 땅으로 내려와 들숲을 누비면서 온누리를 사랑하는 노래로 살아. 사람은 이 모두를 바라본단다. 하늘을 사랑하는 새도, 흙을 사랑하는 개미도, 온누리를 사랑하는 물방울도 봐. 이러면서 생각하지. “우리는 늘 다 다른 몸으로 어디에든 있고, 이 다 다른 몸에 다 같은 마음을 키워 가기에 사랑에 눈뜨는구나.” 하고 깨달아. 부채 같은 잎을 내니 ‘부채나무’라 여길 만한 ‘은행나무’야. 모든 나무는 나무로 선 모습으로 언제나 둘레를 환하게 틔워. 잎빛으로 밝히고, 꽃빛으로 살찌워. 어떤 나무이건 푸른숨에 푸른노래란다. 이 가운데 부채나무(은행나무)는 반짝이는 줄기로 둘레를 다독이고서, 부챗살 잎사귀로 한들한들 풀어내지. 꽃이 피고 열매를 맺을 즈음에는 더더욱 바람갈이를 베풀고, 가을이 깊어 노랗게 물들인 잎을 내려놓을 적에는 이 땅에 노을빛을 퍼뜨려서 살찌워. 하늘도 땅도 부채나무한테 고맙다고 물결을 일으킨단다. 빛물결을 일으켜. 이 빛물결에 지스러기나 부스러기가 말끔히 걷히니, 숲짐승도 새도 벌나비도 반짝이는 눈망울로 스스로 거듭나. 자, 그러면 볼까. 오늘날 사람들은 부채나무를 어떻게 다루니? 부채나무가 봄여름가을에 푸르게 노랗게 밝게 부챗바람을 베푸는 줄 느끼거나 알까? 이 부채나무를 함부로 베거나 가지를 쳐내지는 않니?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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