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3.11.30. 여수 어린이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이튿날 12월 1일까지 여수 어린이를 만나러 스물넉 걸음을 합니다. 전남 고흥에서 전남 여수로 여느길(대중교통)으로 다니는 살림을 곰곰이 짚자니, 고흥에서 천안까지 다녀오는 길하고 맞먹지 싶습니다. 꽤나 멀어요. 그래도 이레마다 사흘씩 용케 이 길을 다니면서 글읽눈(문해력)을 들려주는 이야기를 조곤조곤 폈습니다.
고흥에서도 서울이며 부산에서도, 광주나 인천이나 대전이나 대구에서도, 이 같은 ‘글읽눈 이야기꽃(문해력 증진 수업)’을 펼 수 있으면 즐거우리라 생각합니다. 몸은 좀 고될는지 모르나, 온나라 어린이하고 푸름이한테 살림말씨에 사랑말씨에 숲말씨를 베푸는 이야기는 즐겁습니다.
제가 어릴 적에 저한테 ‘말을 가르친 사람’은 거의 할머니랑 할아버지입니다.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는 거의 아무것도 안 가르쳐 주었으나, 마을 할머니랑 할아버지는 문득문득 스치는 자리마다 빙그레 웃으면서 알쏭달쏭한 수수께끼를 들려주었어요. 일고여덟 살이나 열 살이나 열두어 살 어린이는 알쏭달쏭 수수께끼를 거의 못 알아들었습니다만, 마음에 천천히 남았어요. 어릴 적에 얼핏 스치듯 남거나 새긴 말씨는 차츰차츰 자라서 열대여섯 살이나 열예닐곱 살에 피어났고, 때로는 서른 살이나 마흔 살에 깨어났습니다.
아무래도 배움터(학교)에서는 바로바로 눈에 뜨이는 셈값(성적·점수)을 바랄 테지만, ‘말글’을 배우고 가르치는 자리에서는 셈값을 싹 잊어야 합니다. 우리말·우리글(국어)은 수학도 과학도 아니지만, 수학하고 과학을 ‘소리·그림’으로 풀어내어 살림빛에 사랑빛에 숲빛을 포근하게 품는 길을 수수께끼로 들려주는 갈래라고 하겠습니다.
‘문해력’을 ‘문자 해석 능력’으로 좁게 보려고 하면 어린이하고 푸름이가 괴롭고, 둘레 어른도 고단합니다. ‘글씨에 깃든 이야기’를 헤아리도록 이끌 노릇입니다. ‘글씨를 그대로 훑기’만 해서는 글읽눈이 자라지 않습니다. 낱말 하나에 어떤 삶을 담았는지 읽어내는 눈빛을 북돋아야 글읽눈을 저마다 스스로 키웁니다.
모든 말은 ‘내가 나를 나답게 사랑하는 길을 찾으려고 들려주고 듣는다’고 여길 만합니다. 후다닥 달리면 들꽃도 늦가을꽃도 첫겨울꽃도 못 알아봅니다. 천천히 거닐다가, 때로는 아예 눌러앉아서 들여다보아야, 눈송이꽃을 알아보면서 환하게 웃습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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