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담배연기 2023.9.10.해.
쑥잎을 말려서 불을 붙이면 그윽하게 흰김 오르면서 둘레를 감싸는 기운이 맑아. 가랑잎도 매한가지야. 다른 마른잎도 저마다 다르게 흰김으로 둘레를 부드러이 감싸고 풀어주지. 고춧잎은 좀 매울 텐데, 매운김은 매운 대로 톡톡 쏘면서 너희 눈·살갗·마음·몸을 깨운단다. 담배라는 풀도 너희를 깨우는 숱한 잎(마른잎) 가운데 하나야. 담배를 태우는 일은 나쁠 수 없어. 다만, 담뱃잎만 쓸 일이야. 섞지 마. ‘뜬금없는 것(화학조합물)’을 섞으면 ‘담뱃김’은 제구실을 안 하지. ‘살림길’이 아닌 ‘죽음김’은 너희부터 스스로 죽이고 둘레를 죽여. ‘소독차’랑 ‘화학담배’는 같아. 그리고 쑥잎·가랑잎처럼 다 다른 마른잎은 너희를 다 다르게 북돋우고 깨운단다. 또한, 애써 태우지 않아도 ‘나무에 달린 잎’ 숨결로 너희를 일깨워. ‘흙에 뿌리내린 풀잎’ 숨결로 너희를 일깨우고. 맨손으로 나뭇잎·풀잎을 쓰다듬고, 맨발로 나무줄기를 타거나 풀밭을 거닐기에, 너희 손발은 새롭게 태어날 수 있어. 무엇을 만지거나 디디면서 너희 손발이 새롭도록 하겠니? 가꾸겠니? 살리겠니? 죽이겠니? 등지겠니? 하얗게 퍼지고 부드러이 감싸면서 온기운을 반짝반짝 살리는 ‘김’을 보기를 바라. 이 김을 쐬면서 앙금을 털어. 이 김을 마시고 뱉으면서 응어리를 풀어. 이 김을 너희 보금자리에 흩뿌리면서, 엉뚱하거나 엉큼하거나 엉성하거나 엉터리인 모든 것을 걷어낸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