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도와줄 사람 2023.9.8.쇠.



짐을 나누어 드는 사람이 있어. ‘거들다’라 하지. 일을 나누어 맡는 사람이 있어. ‘거들다’라고 해. 말을 보태는 때에도 ‘거들다’라고 해. 힘이 되라면서 ‘거들’어. 이와 달리 ‘돕다’는 ‘돌아볼(돌볼)’ 수 있는 마음으로 함께할 때야. 동그랗게·둥그렇게 모이는 일이고, 두레를 하거나 동무로 있기에 ‘돕다’야. 너희는 두 낱말 ‘거들다·돕다’를 가려서 쓸 수 있니? 너희는 ‘힘이 되기’를 바라는 ‘거들다’하고, 동그랗게 동무를 이루고 돌아보고 두레를 하는 ‘돕다’ 사이 어느 곳에 있니? 거들어도 대단하고 고마워. 도와도 훌륭하고 반가워. 그런데 아무나 못 거들고 못 도와. 스스로 마음을 살리고, 스스로 몸을 살피는 사람일 적에, 거들거나 돕는 손길이 찾아들 수 있어. 마음이 죽어가는 사람한테 무엇을 거들까? 몸을 살피지 않는데 누가 도울까. 하루를 꿈으로 그려서 삶을 짓기에 스스로 생각을 펴고 마음이 일어나. 하루를 사랑으로 가꾸고 살림을 지으면서 스스로 노래하고 춤추기에 몸이 깨어나. 그러니까, 스스로 빛나는 사람은 언제나 스스로 넉넉하고, 둘레에서 거들거나 도우려고 찾아와서는 오히려 ‘스스로 빛둥이’한테서 이바지를 받는단다. 거들거나 도우려고 마음을 일으켜서 몸을 움직이는 사람은 문득 사랑씨앗을 한 톨 심은 셈이야. 그래서 거들려고 나섰다가 뜻밖에 빛을 쬔단다. 도우려고 어깨동무하다가 얼결에 빛을 누려. 자, 도와줄 사람은 누구일까?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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