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3.11.23.
오늘말. 몸을 바꾸다
몸이 아플 적에는 마음이 가라앉게 마련입니다. 근심에 잠긴다기보다는 둘레를 가만히 헤아리려고 조용하지요. 몸이 아프니 잠을 못 자기 일쑤인데, 이동안 온갖 생각이 갈마들어요. 튼튼한 몸일 무렵에는 마음을 기울이지 않던 데에 마음을 씁니다. 안 앓던 때에는 못 느끼던 곳을 애끊도록 느끼면서 이웃을 살피는 눈을 틔우기도 합니다. 아프거나 아파서 눈물이 흐를 수 있고, 뜬눈으로 날을 보내다가 축 늘어질 만해요. 무거운 몸을 바꾸자는 생각이 문득 들면, 이제부터 새몸으로 나아가는 하루입니다. 아픈 데를 털고서 끝내기보다는, 한결 튼튼하게 거듭나는 눈부신 새빛을 바라봅니다. 먹구름이 끼면 하늘이 찌뿌둥하지만, 어느새 비구름으로 바뀌면 온누리를 촉촉하게 적셔요. 비가 오지 않으면 들숲도 마을도 메마르며 걱정스럽고, 비가 오기에 들숲도 마을도 싱그러워요. 여러 날 앓노라면 눈검정이 껴요. 아이고 아이고 소리가 나오면서 끙끙대면서 스스로 슬프게 여기기도 합니다. 퀭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마 마당에 섭니다. 해를 바라보고 별을 그립니다. 해바라기로 기운을 차리려 하고, 별바라기로 다시 일어서려고 합니다.
ㅅㄴㄹ
서글프다·슬프다·슬픔꽃·시름·허전하다·눈검정·뜬눈·눈물·눈물꽃·눈물앓이·눈물짓다·아프다·앓다·애끊다·애끓다·애타다·애틋하다·마음앓이·속앓이·속타다·끙끙대다·은결들다·이슬맺다·가라앉다·걱정·근심·잠기다·잠을 못 자다·찌뿌둥하다·처지다·퀭하다·촉촉하다·축·하느작·흐느적·늘어지다·비구름·먹구름·무겁다·미어지다·까맣다 ← 애수(哀愁)
몸바꾸기·몸바꿈·몸을 바꾸다·바꾼몸·바꾼몸빛·바꾸다·새몸·새몸빛 ← 트랜스젠더, 성전환, 성전환자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