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3.11.21.
숨은책 876
《東仁全集 2 젊은 그들》
김동인 글
정양사
1958.9.15.
푸른배움터를 다니던 1991∼93년에 길잡이한테 여쭈었습니다. “김동인은 친일문학인이라면서요? 그런데 우리가 왜 이런 사람 소설을 읽고 풀이해야 하지요?” “왜냐고? 입시에 나온다.” “…….” 지긋지긋한 굴레에서 벗어나려면 열린배움터로 나아가야 하는데, 김동인뿐 아니라 숱한 친일문학인 글을 읽어야 했고, 외워야 했고, 뜻풀이를 헤아려야 했습니다. 글과 사람을 떼어놓아도 된다고는 여기지 않습니다. 글은 글쓴이 얼굴이요, 글쓴이 삶자취는 고스란히 글입니다. 글만 훌륭할 수 없고, 사람만 훌륭하지 않아요. 글하고 사람은 나란히 흐릅니다. 그저 ‘평론’이라는 이름으로 허울을 씌워 줄 뿐입니다. 《東仁全集 2 젊은 그들》을 읽다가 내려놓았습니다. 재미가 없고, 낡았고, 우리말결이 싱그럽지 않고, 마음을 울리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1956년부터 ‘동인문학상’을 폅니다. 그때에도 그 뒤에도, 우리는 이런 쓸개빠진 껍데기를 걷어치우지 못 합니다. ‘미당문학상’하고 ‘팔봉문학상’도 똑같아요. 이름을 붙이려는 무리도, 이름을 덥석 받아안는 이도 한동아리입니다. 종살이(식민지)는 아직 안 끝났습니다. 우리 마음에, 붓에, 터전에, 책에 말글에, 깊이 밴 굴레를 털어낼 줄 알아야 어른으로 설 수 있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