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앓을 적마다 : 앓을 적마다 뭔가 알아간다. 우리말 ‘앓다·알다’가 ‘알’이라는 낱말을 밑동으로 뜻이나 결을 가르는 줄 알기는 했으나, 두 낱말 사이에 어떤 수수께끼가 깃들었는지는, 그야말로 호되게 앓을 적에 깨닫는다. 우리는 앓거나 아파 보아야 눈을 뜬다. 안 앓거나 안 아플 적에는 좀처럼 눈을 못 뜬다. 〈왕자와 거지〉라는 옛이야기에는 두 가지로 다른 앓이·아픔을 다룬다. 그저 왕자로 살아갈 적에는 ‘아무리 마음을 기울인다’고 하더라도 가난하거나 어려운 사람들 살림살이를 알 턱이 없다. 몽땅 내려놓고서 ‘거지 옷’을 입으며 뒹굴어야 비로소 하나씩 알아간다. 거지에서 왕자로 바뀐 아이는 다시 ‘왕자 옷’을 벗어야 할 때에 이르러야, 그러니까 새롭게 큰앓이를 해야 이 아이도 거듭나며 알아차릴 수 있다. 곰곰이 보면, 옛이야기 〈왕자와 거지〉를 옳게 풀어내어 어질게 들려주는 어른을 못 봤다. 아무래도 ‘앓다·알다·알’ 세 마디에 얽힌 수수께끼부터 안 들여다보니 그렇겠지. ‘안’이라는 낱말도 재미있고 놀랍다. ‘속·안·알’로도 잇고, ‘아니다·아직·안’으로도 잇는다. 2023.11.21.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