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달을 밟으면 떠나고 싶다
이재호 지음 / 다해출판사 / 1993년 12월
평점 :
절판


(판이 끊어져서 헌책방에서만 찾아볼 수 있습니다)



 - 책이름 : 페달을 밟으면 떠나고 싶다
 - 글쓴이 : 이재호
 - 펴낸곳 : 깊은사랑(1993.12.10.)



 이 책 하나 18 ― ‘자전거 여행’을 왜 하나?
 : 《페달을 밟으면 떠나고 싶다》를 읽고



 가끔 자가용을 얻어타고 어디로 갈 때면, ‘참 빠르네’, ‘참 아늑하네’ 하는 느낌이 듭니다. 저는 운전면허증이 없어 차를 몰 수 없지만, 차를 장만할 돈이나 차를 굴릴 돈도 없습니다. 그런 저조차 ‘이렇게 자가용으로 다니기에 좋은 우리 세상이니까 사람들이 자가용을 장만해서 다니려고 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요. 더욱이 아이를 낳아 기르는 젊은 어버이라면, 아이를 안고 업고 하며 온갖 짐을 바리바리 등에 메고 손에 들고 하기보다는 차에 꾸역꾸역 싣고 다니는 편이 한결 낫다고 느낄 테고요. 사랑하는 두 사람도, 대중교통보다 자가용으로 나들이 다닐 때가 더 오붓하고 즐거웁다고 느낄 테지요.


.. 상범이네 집은 신림동. 버스로 나가서 지하철을 타야 되는데 돈이 500원밖에 없으니 어쩐다? 이거 오나가나 돈이 문제군. 낯도 말도 모르는 유럽에서도 히치하이크를 했는데 나의 조국 대한민국에서 못하랴. 주차장 출구에서 손을 들고 있었다. 삼십 분이 지나도록 빈 차들이 그냥 지나간다. 쟤가 저기서 뭐 하나 하는 눈치다. 그러고 있노라니 비행기 옆 좌석에 앉았던 형님이 탄 차가 미끄러져 와 선다. “여기서 지금 히치하이크하는 거냐?” “예. 그런데 잘 안 서는데요.” “참 나 원, 여기가 유럽인 줄 아나. 하도 세상이 뒤숭숭해서 안 태워 줘. 태워 주었다가 일 당하면 어쩌려고?” ..  〈166쪽〉


 어젯밤, 옆지기와 밤마실을 했습니다. 우리가 하는 밤마실은 손 잡고 두 다리로 걸으며 동네 골목길을 둘러보기. 천천히 동네 골목집을 구경하고 밤바람을 느끼며 이야기를 나눕니다. 새로 연 가게를 물끄러미 들여다보고, 얼마 앞서 문을 닫은 가게가 쇠문에 붙여놓은 쪽지를 읽으며, ‘그래, 장사가 참 안 된다더니’ 하며 혀를 끌끌 찹니다. 술 마시고 큰소리로 떠들며 걷는 젊은 무리를 보다가, 술에 체한 아저씨 두 분이 손 잡고 걷는데 이리 비틀 저리 비틀. 그러다가 어느 골목길로 접어드는데, 한 잔 더 걸치러 가시나? 작은 오토바이를 타고 불을 반짝반짝거리며 같은 골목길을 왔다갔다 하는 젊은이 둘. 동네 순찰을 하는 경찰차. 경찰차는 왜 차 지붕에 ‘경찰’이란 큰 글자판을 붙였을까. 저렇게 안 붙여도 경찰인 줄 다 알 텐데. 둘이 짝이 되어 걸어다니며 순찰을 돌던 경찰(의경인 듯)들은 동네 손바닥공원 걸상에 앉아 다리쉼을 합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는 분을 만나 인사를 나눕니다. 늦은때인데도 여태까지 일을 하셨나 봐요.

 어느덧 밤마실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갈 즈음, 오른발목이 퍽 저립니다. 옆지기 말, “아스팔트를 밟는데 무슨 나들이냐”고, 흙을 밟으며 다닐 수 없고 아스팔트를, 또는 시멘트를 밟아야 하는데, 무슨 나들이가 되겠느냐고.

 그러고 보니, 아스팔트나 시멘트로 닦은 길은 ‘바퀴 달린 탈거리’가 다니기에 좋은 길일 뿐, 사람이나 짐승이 두 다리나 네 다리로 걷기에는 몹시 나쁜 길입니다. 제 오른발목이 저린 까닭도, 딱딱한 아스팔트만을 밟아야 하니 무게가 고스란히 눌리며 아프게 되었을 듯.


.. 배낭 무전여행이야말로 우정이 시험받는 최적의 기회일 거야 ..  〈156쪽〉


 미국과 일본은 지구에서 찻길을 가장 많이 닦은 나라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우리 나라가 일본이나 미국을 앞지를 만큼, 또는 엇비슷할 만큼 길을 많이많이 늘렸지 싶어요. 충주에 살 때, 자전거로 전국 여기저기를 다니는데, 길 없는 곳이 거의 없다고 할 만했습니다. 차들 뜸한 넓고 시원한 새길이 있는데, 그 옆으로 시원한 새길과 같은 크기로 다른 새길을 또 닦고 있는 모습을 참 자주 보았습니다. 이 새길은 모두 자동차가 다니기 좋으라고 닦는 길입니다. 시골에서는 사람들이 걸어서 이웃 마을로 갈 만한 길이 없고, 한 마을에서도 자동차에 시달리느라 안전하게 걷기 나쁩니다(경상도 어느 시골에는 ‘노인 보호구역’ 푯말이 서 있어서, 자동차들이 제발 천천히 달려 달라고, 그래서 마을 어르신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마음써 달라고 하더군요). 그렇지만 ‘새길 닦기’는 ‘사람이 다리나 무릎이나 발목이 시큰거리지 않도록 즐겁게 걸을 수 있는 흙길이나 숲길’이 아닌 ‘바퀴 달린 탈거리만 아늑하게 달릴 수 있는 길’, 바퀴 달린 탈거리 가운데에도 기름을 먹어야만 굴러갈 수 있는 쇳덩어리만 달릴 수 있는 길로 닦지 싶어요.


.. 달력의 그림에서도 가장 멋있게 그려져 있던 나라 스위스. 바젤에서 시내 구경을 하고 역 앞에서 한 할아버지에게 길을 물으니 친절하게도, 자전거를 타고 가기에 좋은 길과 약간은 힘들지만 풍경이 멋진 길이 있다고 가르쳐 준다. 힘이 들더라도 멋있는 길로 가야 되겠지? … 스위스에 들어서니 역시 산악 지방은 산악 지방이다. 고갯길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그래서 눈으로 보기엔 좋았는데 자전거를 타는 나에겐 죽을맛이었다 ..  〈142, 146쪽〉


 어릴 적이 참 좋았다고, 옛날이 참 좋았다고 말씀하는 어른들이 많습니다. 당신들 어릴 적에는 논에서 새우도 잡고 붕어도 잡고 미꾸리도 잡으며 놀았다고, 냇가에서 가재도 잡고 재첩도 주워서 국 끓여먹으며 놀았다고, 나무 빽빽한 산에서 길을 잃고 들짐승 소리를 들으며 벌벌 떨기도 했다고, 너른 바다에서 헤엄을 치며 낚시를 즐길 수 있었다고, …… 들들들 이야기를 합지요. 그래, 그 지난날, 당신들 어릴 적이 참말 좋으셨습니까? 그렇다면 그 좋은 당신들 지난날처럼, 지금 아이들이 살아가는 오늘날도 ‘지금 아이들과 당신 어른들 모두 좋을 수 있는 세상’이 되도록 지키고 가꾸어야 하지 않을까요?

 당신 어른들은 ‘그 좋은 자연과 놀잇감’을 당신들 어릴 적에만 즐기고 다 무너뜨리거나 없애는 까닭이 무엇입니까? 참말로 당신 아이들을 걱정하고 생각하기 때문에, ‘돈 많이 버는 회사에 다니라는 뜻’에서 논밭을 쓸어내고 재벌들 높은 건물을 세우도록 마음을 쓰십니까? 참말로 아이들을 사랑하고 아끼기 때문에, 산과 들을 밀어내고 높은 아파트를 세워 이곳에 보금자리를 트십니까?

 “옛날이 좋았지” 타령을 하는 만화며 동화며 문학이며 다큐멘터리며 그림이며 …… 쏟아내는 당신 어른들은, 당신들한테만 즐거웠고 요즘 아이들한테는 하나도 알 수 없는 세상 이야기를, 요즘 아이들은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자연 이야기를, 이제는 자연 삶터가 옴팡지게 무너져서 씨가 다 말라버린 이 땅에서, 어깨 우쭐거리면서 ‘자연이 뭔지도 모르는 녀석들!’ 하고 콧방귀를 뀌며 내려다보고 있지는 않으신지요?


.. 난 왠지 모르게 독일사람들에게선 무뚝뚝한 인상을 받았고 프랑스사람들에게선 한없이 친절한 인상을 받았다. 그 친절함과 자유로움이 좋았다 ..  〈137쪽〉


 아이들이 컴퓨터게임을 즐길 수밖에 없는 사회 터전으로 바꿔 놓은 우리 어른들입니다. 아이들이 빈터에서 동무들과 어울려 소꿉놀이며 숨바꼭질이며 말타기며 공차기며 자치기며 제기차기며 말뚝박기며 딱지치기며 두꺼비집이며 닭싸움이며 씨름이며 …… 들을 할 수 없게 빈터를 죄 없애고 자동차 세워 놓는 자리, 이른바 주차장으로 바꿔 놓은 우리 어른들입니다. 아이들이 뛰어놀 골목길에서는 자가용이 씽씽씽 달리며 아이들한테 경적을 된통으로 먹입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 “야, 이놈들아, 위험하게 길에서 놀면 어떡해!”

 이런 제기랄, 아이들이 길 아니고 어디서 놀라고요? 길 아니고 놀 곳이 있습니까? 아파트에서는 주차장 말고 놀 곳이 어디에 있습니까? 이 나라 80∼90%가 산다고 할 수 있는 도시에서, 아이들이 놀 곳은 길과 주차장 말고 어디가 있습니까? 동네에 공원이 얼마나 있고, 공원이 있어도 아이들이 마음 놓고 뛰어놀 만한 넉넉한 빈터가 있는지요? 제가 사는 인천 중ㆍ동구 쪽만 하더라도 아이들이 까르르 웃으면서 찧고 까불고 넘어지고 다치면서도 신나게 뛰어놀 빈터가 없습니다. 아이들이 찧고 까불며 놀 빈터가 없다는 소리는, 어른들 또한 마음놓고 두런두런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쉴 만한 자리가 없다는 소리입니다. 아이와 어른이 함께 모여서 오붓하게 나들이도 하고 몸도 쉴 만한 자리가 없다는 소리입니다.


.. 그러나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일들은 지금의 내가 아니면 경험할 수 없는 것이리라. 자신이 직접 페달을 구르지 않으면 한치도 나아갈 수 없다는 것, 그 마을에 처음 들어간 동양인 또는 한국인으로서 받는 칙사 대우 등은 기차 여행으로는 경험하기 힘들 것이다 ..  〈111∼112쪽〉


 엊그제 빗길에서 자전거를 탈 때입니다. 제 옆을 스치고 가는 여러 버스들은 ‘빗길에 자전거를 달리니 얼마나 힘겨울까?’ 하고 걱정해 주었는지 모를 일입니다만, 멀찍이 돌아서 조용히 지나가 주었습니다. 그런데 딱 하나, 어느 마을버스는 제 뒤에 바싹 붙어서 신나게 경적을 먹여댑니다. 그러다가 위험하게 자전거 앞으로 확 끼어들면서 모르 비틀어 버스정류장에 서더군요. 이리하여 자전거도 버스 옆으로 빠져나갈 수 없는 한편, 버스 뒤를 따르던 다른 차들도 옴짝달짝 할 수 없었습니다.


.. 물론 가장 중요한 건 힘 주어 페달을 굴려야만 앞으로 전진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였다. 그러나 그 평범한 진리가 나에겐 가장 힘든 고역이었다. 도중에 배낭을 메고 도보여행을 하는 어떤 아버지와 아들을 만났다. 한 달 예정의 여행이란다. 그렇게 한 달 동안 프랑스를 남에서 북으로 횡단할 계획이라는데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가 없었다. 그런 사고의 발상과 여유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단지 물질의 풍요 때문일까? 이 의문은 여간해서 풀리지 않을 것 같았다 … 유명한 콩비앵 궁전을 둘러보았는데 궁전 자체보다는 주위에 조성해 놓은 공원이 더 멋있었다. 이름모를 꽃들과 뛰노는 다람쥐와 토끼들 ..  〈73∼75쪽〉


 서울에서 살던 때, 가끔 한강 자전거길을 지나갈 때가 있었습니다. 이곳은 말이 ‘자전거길’이지, 걷는 사람과 개 끌고 나온 사람과 인라인 타는 사람과 아이하고 배드민턴 하는 사람과 자전거 타는 사람이 한데 섞여서 참 어수선하고 아슬아슬했습니다. 자전거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은 흔들흔들 이쪽저쪽으로 왔다갔다 하다가 갑자기 멈춰서더니 옆길로 팩 꺾어서 큰 사고가 일어날 뻔한 모습이라든지, 그예 사고가 나고 마는 모습을 흔히 보았습니다. 자전거 타는 사람들끼리도 무슨 ‘빠르기 겨룸’을 그리도 해대시는지…….

 가만히 보면, 한강을 따라 닦은 찻길 옆으로 자전거 달리는 길을 두 줄로 마련했을 뿐, 정작 그 길을 자전거로 즐겁게 오가면서 회사를 다니라고, 학교를 다니라고, 저잣거리 들러서 물건을 사서 집으로 돌아오라고, 닦지 않았구나 싶습니다. 한강 자전거길로 들어서는 푯말 찾기 참 어렵고, 들어서는 길목도 아슬아슬하거나 힘겨운 한편, 빠져나가는 구멍도 몇 군데 없어요.


.. 여유가 없었지만 중고 자전거를 한 대 구했다. 어차피 우리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면서 살지는 않으니까. 구체적인 계획이라는 것도 경제적인 여유가 있을 때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가다가 돈 떨어지면 포도밭에서 일 좀 해 주고 벌어서 가자고 생각했다 ..  〈66쪽〉


 자동차를 왜 타십니까? 자동차를 타는 까닭이 있으십니까? 자동차를 몰고 어디를 오가십니까? 자동차를 타고다니며 무슨 일을 하십니까?

 자동차를 몰고 나와 자동차를 만나지는 않겠지요. 사람과 사람이 부대끼는 일을 하고자 자동차로 어딘가 움직이겠지요. 자기가 가려는 어느 곳으로 자동차를 몰고 간 다음에는 차에서 내릴 테지요. 아무리 못해도 한 걸음쯤은 걸으시겠지요.


.. 어렸을 적 보았던 만화영화 〈캔디〉에서 캔디의 꿈속의 연인이 늘 파이프를 불던 곳이 바로 이곳 스코틀랜드라는 것이 실감났다. 이렇게 산 좋고 물이 좋으니 스카치 위스키가 만들어질 수 있겠지 싶었다 ..  〈60쪽〉


 이 세상을 왜 사십니까? 사람으로 태어나 이 세상을 살아가는 까닭이 있으십니까? 돈을 왜 버십니까? 부지런히 일해서 번 돈을 어디에서 누구와 어떻게 쓰십니까? 어릴 적부터 집이며 학교에서 가르치기를, ‘가난한 이웃과 나누라’ 했는데, 이 나라 온갖 곳에 수없이 들어찬 예배당과 절집에서는 ‘내 재산을 가난한 이웃과 나누라’ 하는데, 참말로 ‘우리 님들이 번 돈을 님들 가난한 이웃한테 나누는 일’을 즐기고 계신지요? 아직은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않아 이웃과 나누기 버겁다고 느끼시는가요? 얼마쯤 벌어야 넉넉한 살림이고, 얼마쯤 버는 사람이 가난한 사람일까요?

 아이들한테는 무엇을 물려주렵니까? 당신들이 온삶을 바쳐서 부지런히 일하고 얻은 돈을? 아파트를? 자동차를? 아이들은 무엇을 배우면 좋겠습니까? 아이들이 커서 어른이 되면 무슨 일을 하며 지내면 좋겠습니까?


.. 철도여행을 자전거여행으로 바꾸게 된 것은, 내 힘으로 유럽을 가는 데까지 가 보자 하는 마음에서였다. 유럽이 넓으면 얼마나 넓겠냐 하는 마음으로 ..  〈50쪽〉


 저는 인천에서 사진책 도서관 하나 조그맣게 열어서 꾸리고 있습니다. 뭐, 이곳을 찾아오는 책손은 뜸합니다. 앞으로 차츰 늘 수 있겠지만. 아무튼, 저도 나중에 아이를 낳아 이곳 도서관에서 아이를 가르치면서 함께 놀며 배울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문득문득 헤아리곤 합니다. 저는 뒷날 제 아이가 될 사람한테 무엇을 물려주겠느냐고. 무엇을 가르쳐 주겠느냐고. 무엇을 보고 느끼도록 이끌겠느냐고. 어디를 함께 다니고 어떤 사람과 만나고 어울리며, 무슨 밥을 먹이고 무슨 옷을 입히고 어떠한 살림집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림을 꾸려나가겠느냐고.

 ‘우리 아이한테 도서관 책들을 물려주면 좋을까?’ 하고 혼잣말로 묻다가는 도리질을 칩니다. 아니라고, 우리 아이한테는 도서관 책이 아니라, 어버이 될 사람이 도서관을 꾸리는 동안 하나둘 그러모으게 된 책들, 하나둘 읽으면서 차곡차곡 늘어난 책들에 담긴 뜻을, 이 수많은 책을 애써 펴낸 지은이들 마음을, 이 책을 읽으며 마음에 새긴 것을 세상에 어떻게 풀어내면 좋을까 하는 움직임이나 몸부림을 물려주고 싶습니다.


.. 나에겐 모두가 고맙고 소중한 사람들이다. 이렇게 고맙고 소중한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아무것도 모르는 유학생을 유혹해서 학비를 사기치는 사람도 있고, 영국의 실정이나 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임금도 상습적으로 체불하는, 같은 동족의 피를 빨아먹는 악덕 업주들도 있고, 서로 헐뜯고 시비 끝에 서로를 고발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  〈38쪽〉


 두어 달 앞서부터 제 몸이 많이 무너졌습니다. 먼저 오른무릎이 무너졌습니다. 한 달 남짓 자전거를 쉬니 좀 나아집니다. 그런데 오른무릎이 나을 즈음 되어 오른팔꿈치가 무너집디다. 보름 남짓 자전거를 또 쉽니다. 하지만 좀처럼 나아지지 않네요. 제 먹고사는 방편이 글쓰기인데(그렇다고 글써서 글삯 제대로 받아 본 적이 없지만. 한 달에 글삯 5만 원 벌기도 벅찹니다), 글을 써서 돈이 되든 안 되든 어찌 되었든 꾸준히 써내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오른팔꿈치는 하루도, 아니 잠깐도 쉴 틈이 없군요. 도서관 책을 갈무리하고 걸레질을 하노라니 이 또한 쉴 겨를이 없네요. 어쩌면 오른팔꿈치는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 싶고, 아프면 아픈 대로, 저리면 저린 대로, 쑤시면 쑤신 대로 참아야지 싶습니다. 저보다 힘겹게 사는 분이 많고, 저보다 아프게 사는 분이 많은데, 참말 푸념만 늘어놓고 마는군요. (4340.8.19.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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