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외규장각 의궤와 외교관 이야기 - 145년의 유랑, 20년의 협상
유복렬 지음 / 눌와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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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3.11.18.

인문책시렁 325


《돌아온 외규장각 의궤와 외교관 이야기》

 유복렬

 눌와

 2013.8.6.



  《돌아온 외규장각 의궤와 외교관 이야기》(유복렬, 눌와, 2013)를 읽었습니다. 새뜸글로만 읽던 이야기를 책으로 돌아보니 새삼스럽습니다. 이웃나라하고 우리나라를 잇도록 맺는 일꾼이 사람들한테 알려지지 않은 어떤 일을 해왔는지 하나씩 느낄 만하고, 낮은 자리에서 땀흘리는 사람이 있기에 빛나는 열매를 누리는구나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먼저 우리말씨 아닌 옮김말씨가 너무 많습니다. ‘공무원·외교관’이기에 어쩔 길이 없을는지 모르나, ‘사람들 사이에서 흐르는 우리말’을 헤아리면서 글을 쓸 수 있기를 바라요. 글멋을 치우고 꾸밈글을 솎아낸다면 한결 나을 테지요.


  다음으로는, 책을 보는 눈매가 아쉽습니다. 예전 프랑스사람은 《한국서지》란 책을 낸 적이 있습니다. 일본사람은 우리 옛책을 긁어모으면서도 어떤 옛책을 긁어모았는지 다 숨겼어요. 이와 달리 프랑스사람은 우리 옛책을 사들이면서 차근차근 벼리를 짜서 밝혔습니다. 독일사람이나 미국사람이나 영국사람도 우리 옛책을 꽤 사들인 줄 알지만, 언제 어디에서 어떤 옛책을 사들였는지 거의 알 길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구한말 주한 프랑스 공사’가 사들였다는 《직지》를 안타까워할 까닭이 없습니다. 일본이나 독일이나 미국이나 영국이 아닌 프랑스에서 눈여겨보고서 사들여 주었기에, 오늘 우리는 《직지》가 어떻게 ‘남았는’지 알 수 있기도 합니다.


  이 책이 나온 2013년뿐 아니라, 2023년에도 우리나라 국립중앙도서관을 비롯해 온나라 책숲(공공도서관)은 책을 아주 잘 버립니다. 베스트셀러·스테디셀러가 아닌 책은 쉽게 버리는 우리나라 책숲입니다. 그러나 책숲만 책을 버리지 않아요. 우리 스스로 여러 책을 골고루 사읽지 않습니다. 우리 스스로도 베스트셀러·스테디셀러에 얽매인 책읽기입니다. 눈길을 틔우고 마음을 열면서 생각을 가꾸는 여러 가지 아름책은 오히려 등돌리거나 내치는 우리 민낯이에요.


  ‘외규장각 의궤’만 잃거나 빼앗긴 책이지 않습니다. 나라님이 여민 책이라서 더 뜻깊지 않습니다. 우리는 스스로 우리 이야기를 글로 엮어서 나누는 길하고 너무 먼 채 여태까지 치달렸습니다. 베스트셀러·스테디셀러는 나쁜책이지 않습니다만, 좋은책이지는 않고, 마음과 눈길과 생각을 일구는 밑거름으로 삼을 숱한 책이 파묻히거나 잊혀가는 우리 하루입니다.


ㅅㄴㄹ


구한말 주한 프랑스 공사가 지방 시찰을 갔다가 우연히 구입한 《직지》를 나중에 프랑스국립도서관에 기증했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는 왜 이런 문화유산을 지키지 못했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밀려들었다. 프랑스 공사는 대체 무슨 이유에서 그리고 무슨 안목으로 이 책을 골라 구입한 것일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정당한 구매 행위를 통해 해외로 반출된 물품에 대해서는 아무런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는 것이 국제 관행이었다. (15쪽)


나 역시 그런 외교통상부 직원들 중 한 사람에 불과했다. 처음 외교관이 되었을 때부터 외규장각 의궤 문제를 맡았고, 프랑스에서 근무한 3년 동안 관련 업무를 계속했다. (59쪽)


박 대사가 쐐기를 박듯이 말했다. “문화재를 맞교환한다는 생각 자체를 우리 국민들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대가를 받을 생각을 하지 말고, 그냥 의궤를 돌려주고 대신 한국 국민들의 영원한 사의謝意를 선물로 받으십시오. 그것이야말로 미래 양국 관계의 초석이 될 것입니다.” 프랑스 측 인사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122쪽)


+


우리는 왜 이런 문화유산을 지키지 못했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밀려들었다

→ 우리는 왜 이런 빛꽃을 지키지 못했을까 싶어 안타까웠다

→ 우리는 왜 이런 살림꽃을 지키지 못했는지 안타까웠다

15쪽


양측 간에 얼마나 오해의 골이 깊은지

→ 둘이 얼마나 골이 깊게 넘겨짚는지

→ 둘이 얼마나 골이 깊어 안 맞는지

34쪽


비속어를 그대로 내뱉은 것이었다

→ 막말을 그대로 내뱉었다

→ 더럼말을 그대로 내뱉었다

39쪽


부임지로 향하는 마음이 설레는 것도 분명 이 때문일 것이다

→ 이 때문에 일터로 가면서 설렜다

→ 이리하여 일집으로 가면서 설렜다

72쪽


늘 우중충한 날씨 속에 사는

→ 늘 우중충한 날씨로 사는

→ 늘 우중충한 곳에서 사는

73쪽


단독회담을 가진 뒤

→ 따로 만난 뒤

→ 둘이서 만난 뒤

→ 둘모임을 한 뒤

→ 낱모임을 한 뒤

→ 조용히 만난 뒤

94쪽


가장 직원이 적은 공관에 속했다

→ 일꾼이 적은 벼슬터였다

→ 일꾼이 적은 나라일터였다

99쪽


대신 한국 국민들의 영원한 사의謝意를 선물로 받으십시오

→ 그저 우리한테서 한결같이 고마워하는 마음을 받으십시오

→ 그러나 우리나라가 늘 기뻐할 테니 마음을 받으십시오

→ 다만 한겨레가 언제나 반기는 마음을 받으십시오

122쪽


은인恩人 두 명이 큰 역할을 했다

→ 도움이 두 분이 큰일을 했다

→ 빛님 두 분이 큰노릇을 했다

215쪽


숨차게 달려온 호흡을 고르면서 자문해 본다

→ 숨차게 달려온 길을 고르면서 스스로 묻는다

→ 숨차게 달려온 날을 고르면서 물어본다

229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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